윤석열 전격사퇴에
TK 정치권 벌써부터 ‘요동’
유승민·홍준표 등 행보 주목
국민의힘 지지 결집력 약화 속
보수세력 이끌 인물에 촉각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보수 진영이 다시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선 1년을 앞두고 대구·경북 민심이 향후 보수 재편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진영의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구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 등이 대구·경북 민심을 흔들어 보수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지지 정당 없음’, ‘잘모름’ 응답이 34.8%로 가장 많았고, 국민의힘이 32.2%를 기록했다. 대구·경북 민심이 국민의힘에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 보류’ 등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민심을 대변하지 못하면서 대구·경북 민심이 이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 출신인 윤 총장은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충청권 대망론’이 나오지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곳은 대구·경북 지역이다. 윤 총장이 범보수 진영의 대선후보로 나서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삼아 지지세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윤 총장이 사퇴 전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자, 어려웠던 시기 1년간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17대 때는 이명박 후보, 18대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이 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홍준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구·경북 의원들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면 윤 전 총장이 범보수진영의 대선 후보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구·경북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 시킨 인물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 중에는 검찰 출신의 곽상도(대구 중·남),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이 가깝다는 후문이다.

윤 총장 다음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유승민 전 의원이다. 대구·경북 출신이지만 유 전 의원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베신자 프레임’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 텃밭에서 거부감을 가진 지역민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의 적자로 최종 낙점받으려면 대구·경북 민심을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지역의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에게 대구를 방문해 ‘배신자 프레임’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은 자신이 TK적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 의원은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대구·경북 의원들과 식사 정치를 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높이며 대구·경북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다만 4월 보궐선거 결과를 살펴본 뒤 ‘복당이냐, 신당창당이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대구·경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황교안 전 대표도 최근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총선 패배후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황 전 대표는 최근에는 안동을 방문해 국민의힘 김형동(안동·예천) 의원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며 정계복귀를 시사했다. 그러나 지역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제적 황교안 전 대표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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