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천공항에 이어 사실상 우리나라 제2 관문공항 역할을 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압도적으로 통과되는 모습을 지켜본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허탈감을 넘어 우롱당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본회의 전날 열린 상임위에서 특별법 제정이 보류된 대구·경북통합 신공항의 어두운 미래를 훤히 내다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반면 같이 국회에 제출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은 본회의 전날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기존 군공항이전 특별법과 법체계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국토부 의견을 받아들여 심의를 유보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무산된 것과 다름없다.

지금 신공항 특별법 사태를 지켜보는 대구·경북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구·경북 정치권이 가덕도특별법의 경우 현실적으로 막는데 한계가 있었더라도 반대급부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국회 상임위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했다는 것이 이 지역 민심이다. 신공항 특별법을 꽃놀이패 삼아 노골적으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분열을 조장하는 정부여당의 횡포에 분노하면서도, 이에 대응하는 TK 정치권의 존재감 없는 모습에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단체에서는 “그동안 25명의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뭘 하고 있었나. TK 국회의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이 대구경북신공항과는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군비행장과 같이 쓰는 대구경북신공항과는 달리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해 남부권 여행객과 화물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TK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과 경쟁해야 하는 대구경북신공항이 동네 공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의원직을 걸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 지역 최대현안을 두고 침묵하거나 몸을 사리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주민들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