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락(獨樂)
독락(獨樂)
  • 등록일 2021.02.24 20:10
  • 게재일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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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강영식
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포항에서 가까운 옥산서원 근처에 회재 이언적이 기거했던 독락당이 있다. 이언적이 당파싸움의 정치적 분쟁 속에서 파면당해 귀향하면서 옥산의 독락당으로 갔다. 그가 본가가 있는 양동으로 가지 않고 독락당으로 가서 살았던 것은 정파적으로 죽고 죽이는 사람들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넓은 반석 위로 흐르는 자계천과 계곡, 숲과 나무와 개울이 변치 않는 벗이 될 수 있는 생각에 청산유수의 옥산으로 가게 했던 것이다. 이언적은 ‘무위’라는 시의 마지막에 “장대청산불부시(長對靑山不賦詩)”라고 읊었는데 의역하자면 “이제껏 세상일에 쫒기다 보니 좋은 청산 옆에 두고 시 한번 못 읊었소”이다. 이제라도 이 좋은 청산이 주는 낙을 홀로 누리며 살자는 뜻에서 자신이 기거하는 집을 ‘독락당’이라 이름 하였다.

최근에 여기저기서 독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독신과 졸혼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부쩍 늘어난 남의 간섭을 피해 홀로 낙을 누리는 나홀로 족들을 일본에서는 소확행족, 스웨덴에서는 ‘라곰’, 덴마크에서는 ‘휘게’, 프랑스에서는 ‘오캄’이라 하고 이를 통틀어서 ‘라운징족’이라 부른다. 이런 나홀로 독락을 추구하는 라운징족의 증가는 이웃과의 관계를 끊고 이웃의 삶을 외면하면서 혼자만의 낙을 즐기는 비사회적 삶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독락이 확산되고 보편화가 되어 버린다면 사회적 큰 문제가 되므로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해서 세상일을 내려놓고 이제 자신의 삶을 즐기며 독락을 권유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청산을 옆에 두고 홀로 즐기려 했던 이언적의 독락은 무엇이었을까? 이언적의 독락은 세상을 외면하고 피하여 홀로 즐기려고 했던 독락이 아니다. “닫히면 홀로 마음을 세정하고 열리면 세상을 세정한다”는 맹자의 글을 좋아한 이언적의 독락은 더러워진 세상을 피하여 홀로 낙을 누리기 위한 독락이 아니라 지금은 귀향 온 닫힌 세상이니 어쩔 수 없이 홀로 마음을 세정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독락이었다. 언젠가 길이 열리면 세상을 세정하는 일을 위하여 자기 삶을 완성해 가는 독락인 셈이다. 놀이에 道(도)를 더함이 풍류도가 되듯이 이언적은 독락을 풍류도로 승화시켰다.

나이가 들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제 하고 싶은 일하면서 독락을 누려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독락이 단순히 나홀로 즐기는 독락이라면 어쩌면 솔로몬이 허망한 것이라고 했던 오락에 불과할지 모른다. 진정한 독락은 길이 열리면 온 세상을 즐겁게 할 독락이 되어야 하고 이언적의 독락은 바로 그런 독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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