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혜 사이
지식과 지혜 사이
  • 등록일 2021.02.22 19:55
  • 게재일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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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br>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물이 흘러 강이 되고 사람이 다녀 길이 된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막히면 돌아가고 패인 곳을 채운 뒤에 흘러가는 물은, 기꺼이 낮은 곳이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다가 가득 차면 넘쳐 흐른다. 작은 하천의 물이나 큰 강물은 모두 바다로 모이면서(百川歸海) 만물을 이롭게 한다. 가리지도 다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물(水)이 흘러(去) 법(法)이 되었듯이 물은 순리이고 이치이며 공평이고 포용이다.

길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걷고 다니며 바퀴가 굴러서 만들어진 길은 고래(古來)로 문명의 발상을 일으켰고 문화의 요람을 닦았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을과 도시를 연결시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온 길은 현재를 살아가는 양상이자 미래와 희망을 제시하는 안내이고 지침이다. 어떤 길을 걸음으로써 비로소 일이 시작되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으며 새로운 발돋음을 할 수 있기에 길은 소통이고 시도이고 역사이기도 하다.

이처럼 물과 길은 자연현상과 인간생활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조건이자 요소이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나라 통치의 근본으로 작용했듯이, 물길을 트고 도로를 내는 것은 존속과 번영의 관건이었다. 그래서 요즘도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필요와 여건에 따라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逢山開道)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遇水架橋) 것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제를 타개하며 진보와 변혁의 방향으로 필요충분조건을 갖춰나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렇듯이 물과 길은 함부로 막을 수도 저버릴 수도 없는 자연과 인간의 동반이며 도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물길이 틀어지고 다니던 길이 막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뀐 것도 아닌데 설사 그러한 일들이 좀체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실제 그러한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서 의아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지역 모 기업체에서 소위 작업장 내의 이동통로인 도로에서 사고가 빈발하다 보니 자전거를 포함한 이륜차의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는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그것도 일방적인 통보 내지는 제지(?)였다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려가는 반발이나 여론의 추이에 따라 유예나 보류를 하고 있다 하니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모름지기 불경일사 부장일지(不經一事 不長一智·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의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라 했다. 과연 길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얼마든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고 매듭을 풀 수 있는 일들을 긁어 부스럼 만들 듯이 비화시키고 있다. 50년 이상 한결같이 회사가 터 준 길을 드나들며 생계를 유지해가는 일부 근로자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천 가지의 지식은 한 가지의 지혜 보다 못하다고 한다. 지식은 학습을 통해 얻지만 지혜는 경험으로 자란다. 누구나 지식을 습득하기는 쉬워도 지혜를 터득하기는 만만치 않다. 능률과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에 과연 지식과 지혜 사이의 효능적인 지능과 현명한 사고(思考)를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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