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산문집 세트(전9권)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펴냄
산문집·12만3천원

故 박완서 작가.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10주기를 맞아 9권짜리 산문집 ‘박완서 산문집’세트(문학동네)가 나왔다.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살고자 했던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비롯해 세상과 소설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촘촘히 포진돼 있다.

산문은 소설과 달리 양식적인 기교에 휘둘리지 않고 작가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쉽다. 이런 점에서 한 작가의 산문들을 시기별로 구획해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일은 그 작가의 정신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1977년 평민사에서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시작으로 박완서 작가는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했다. 각각의 책에는 그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인간 박완서의 삶과 어머니이자 아내,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이 오롯이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과는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한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박완서 산문집은 1977년 출간된 첫 산문집을 시작으로 1998년에 출간된 ‘어른 노릇 사람 노릇’에 수록된 작품까지 모두 465편의 산문을 엮었다. 초판 당시의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출간 과정을 함께했으며, 각각의 표지를 장식하는 이미지들은 이병률 시인과 박완서 작가의 손녀 김지상씨가 사진으로 찍은 박완서 작가의 유품이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분단, 4·19, IMF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몸소 견뎌낸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데뷔해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삶의 길목마다 사는 맛이 마련돼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라고 작가는 산문 ‘한 길 사람 속”에 썼다. 전 지구적 팬데믹 상황 아래에서 다시 읽는 그의 문장은 한층 더 울컥한 마음이 들게 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냉철하게 우리를 보듬던 그의 부재가 새삼 더 크게 느껴지는 시기인 한편으로 작가는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그 사랑이 영원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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