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잠든 사이에 유튜브에 몇 개 클립이 떴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라는 것을 발동했다고 한다. 이 명령에 따르면 미국에는 행정 주체들의 권한 사용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관행들이 있어 왔으며, 이에 따르는 부정한 절차와 방법으로 인해 미국 국민 스스로 자신의 대리인을 선택하는 힘이 약화되어 왔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년 동안 미국에서 치러진 선거들에 대해 앞으로 120일 동안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은 트럼프 임기가 단 하루만을 남긴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야기한다. 도대체 누구에게 보고하라는 것이냐? 명령을 내린 사람은 플로리다에 내려가고 없지 않겠는가?

지금 시각이 미국의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을 근 하루 앞둔 시점이다. 이 행정명령은 지난 2020년 11월 3일 미국인들이 선거를 치른 이후에도 계속해서 논란이 되어 온 미국 선거 사태가 시계 제로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11월 13일 밤,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고 알려져 온 대여섯 개의 경합주에서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앞서 갔다.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했고 바이든은 늦게 나타나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새벽이 되었을 때 바이든이 예언한 것 같은 현상이 갑자기 일어났다. 이 경합주들에서 일제히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전세는 예기찮게 역전되었고 다음날, 다다음날, 트럼프는 자신이 승리한 선거를 도둑질 당했다고 주장했다. 선거 사기가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최근 며칠 사이에 이상한 일들이 계속되었다. 미국의 빅테크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1월 6일의 상하원 합동회의의 바이든 인증 이후, 선거 부정을 주장한 트럼프의 계정을 삭제해 버렸다. 또 선거 부정 운운하는 유튜버들을 향해서는 삭제를 하거나 경고 딱지를 붙이는 일들이 계속되기도 했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미국 선거 문제는 바야흐로 새로운 궤도에 진입한 것 같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는 이미 3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전국 50개주에서 차출, 밀집해 있다. 크기는 서울의 반의 반밖에 안 되고 인구는 60만에 불과한 행정수도에 어마어마한 숫자다. 하객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깃발만 수없이 꽂아놓은 플래그 취임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이번 선거는 결고 통합적 축제로 기록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하나 얻은 것이 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절차가 무엇인지, 어때야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지 재확인시켜 준 세계사적 과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뒷맛은 여전히 쓸 것이다.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