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8일간의 북한 8차 노동당 대회(1월 5∼12일)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천800여명의 대의원들이 참가한 4·25회관의 8일간의 당 대회는 폐회되었다. 김일성의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김정일 시대는 당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2016년 7차 당 대회를 개최해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8차 당 대회는 대의원 인준 절차에 이어 분야별 사업보고와 당 규약의 개정이 있었다. 김정은 집권 후 두 번째 개최된 이번 대회는 종래와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여주었다. 이번 당 대회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이번 8차 당 대회는 5년 마다 열리는 당 대회를 정례화 시켰다는 점이다. 김정일 시대 개최되지 않았던 전국 당 대회를 김정은이 정상화 시킨 것이다. 과거 통치자의 뜻에 따라 자의적으로 개최여부를 결정했던 당 대회가 정례화된 점은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당 대회에서 김정은 자신의 위상도 당위원장에서 ‘총비서’라는 직함을 되찾았다. 김정일은 유훈통치를 앞세워 총비서 대신 국방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할아버지의 소련식 털모자 착용뿐 아니라 총비서라는 직함까지 정식으로 승계 받게 된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의 5개년 경제 개발 전략이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통치자가 실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어느 사회주의 국가나 최고 통치자의 행위는 언제나 정당화되고 미화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작년 우리 경비선 피살사건에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김정은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통제, 대북 제재 등으로 경제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종래의 모든 책임을 미국과 남조선에 돌리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장면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각 산업별 보고와 토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당 중앙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대회의 당직 인선에서도 당 핵심 간부 39명 중 29명이 교체되었다. 군 출신 간부는 약 50%가 감소하고, 행정 경제 전문 관료가 대폭 증원됐다. 원로들이 대폭 물러나고 신진들이 약진했다. 북한 체제도 이제 과거 항일 빨치산의 이념형보다는 전문 테크노크라트 형으로 교체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교체가 북한의 위기 극복과 개혁·개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대미, 대남 태도도 미세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종래의 미 제국주의의 타도 등 미국에 대한 거친 비난은 감추어 버렸다. 미국에 대해서도 ‘강(强)대강 선(善)대선’의 정책을 강조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라고 수위를 낮추었다. 지난번 등장했던 신형 ICBM은 보이지 않고, 신형 SLBM은 사열에 등장했다. 대남 발언도 남북의 합의를 잘 지키면 2019년의 봄을 열 수 있다는 주장까지 하였다. 한미 군사 훈련과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중지 요구는 종래 주장의 반복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예의 주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