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임마누엘 칸트(1724∼1804)의 저작은 모르지만, 그의 습관은 기억한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산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생에 두 번 산책을 빠트렸는데, 장-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을 보도한 신문을 읽다가 그랬다는 것이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걸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왜소하고 병약한데다 결혼도 하지 않은 칸트가 80세의 천수(天壽)를 누린 것은 규칙적인 산책 덕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장구한 세월 정해진 시각에 산책을 시작해서 마친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칸트가 위대한 사상가가 될 수 있던 근저에는 자신을 이겨낸 탁월한 의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칸트처럼 좋은 습관을 평생 지켜온 사람을 주위에서 보셨는가?! 그것을 일관성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성싶다. 언제 어디서든 수미일관(首尾一貫)하는 자세와 관점을 유지하는 것을 일관성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점에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 더욱 쉽지 않다. 일례로 양치질의 ‘3-3-3법칙’을 들 수 있다. 하루 3번, 식후 3차례, 3분 동안 이를 닦는 것이다. 사정이 허락하는 사람들은 이 법칙을 성실히 지켜왔다. ‘치아가 오복(五福)의 하나’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 만큼 장수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치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3-3법칙’ 치아를 상하게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식후 최소 30분 후에 양치해야 치아의 법랑질 성분이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가까이 지켜온 습관이 오히려 치아 건강에 해롭다는 결과를 천연덕스레 보도하는 언론이 마냥 신기했다.

기다렸다. 치과협회나 치과의사들이 사과 성명이라도 낼 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3-3-3법칙’을 오랜 세월 주장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연구와 실험 결과 지금까지 우리가 주장한 ‘3-3-3법칙’이 유효하지 않기로 미안하게 됐다.”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했던 ‘3-3-3법칙’의 피해자들은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한단 말인가?! 흡연으로 폐암에 걸린 사람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참에 우리 국민도 치과의사들과 치약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해야 할 판인가, 궁금하다.

이런 일은 날마다 되풀이된다. 코로나19 백신 구매가 늦다고 정부-여당을 몰아치던 정당과 언론사들이 화이자를 비롯한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하나같이 입을 닫는다. 중요사안을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언론사와 정치인들은 돌아봐야 한다. 얼마나 오래 일관성을 지킬 수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올바른 행위인지! ‘내로남불’은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