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혁 웅

당신을 만지지 않아서 내가 노래하는 건 아니죠

내 노래는 당신의 얇은 피부 밑을 흐르는

혈관 같은 것, 손대지 않아도 노래는

당신의 심장에서 나와 심장으로 돌아가죠

당신을 만지지 않아서 내가 노래하는 건 아니죠

내 손은 당신의 심장을 기억하고

그래서 언제나 둥근 허공을 어루만지고

노래는 손가락 끝에 맺혀 있어요

당신을 만지지 않아서 내가 노래하는 건 아니죠

내 입술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동심원들이

당신을 만나 내게로 돌아오고 있어요

들숨과 날숨 사이, 거기 그렇게 당신이 있어요

시인이 말하는 당신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이지만 시인에게는 기억을 추스르고 기억을 솟구치게 하는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우리 한 생애의 길에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무어라 규정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고 힘을 주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