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진

어디를 가도 출발하기 전과 다름이 없다

나는 도착과 동시에 제자리로 되돌아와 버리는 지병이 있다

언제나 똑같은 자리로 환원되는 떠남

가고 오는 것이

그저 한가지인

길고도 오랜 생(生)

힘겨운 우리 인생에 망명지가 있을까. 어디를 가도 거기가 거기고, 언제나 똑 같은 자리로 환원되는 떠남이라는 시인의 육성에서 길고도 힘겨운 생이 길을 느끼게 해준다. 어디에도 망명지가 없는 우리네 한 생에 대한 허망함의 인식 속에는 극복을 위한 발버둥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