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친구’

(사)아태평화교류협회 지음
아시아 펴냄·교양잡지·1만원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촌을 억압해온 2020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성탄의 기쁨도 신년하례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인간사회가 새삼 깨닫는 점은 일상의 평화가 행복한 삶의 기본조건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공기 중의 산소를 잊어먹듯이 그것을 망각하고 살아가다 전쟁 같은 재난 상황을 맞은 다음에야 평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각성과 그 인식이 바로 ‘평화의 씨앗’이다. 인간이 저마다 내면에 간직한 그 씨앗으로 자기 안의 평화, 민족의 평화, 인류의 평화를 자주 생각하게 해줄 ‘평화 텃밭’이나 ‘평화 화분’을 가꿔보자는 책이 나왔다.

(사)아태평화교류협회(이하 아태협)가 2020년 겨울호로 창간한 신생 계간지 ‘평화친구’이다.

발행인 안부수(아태협 대표)와 편집인 이대환(작가)은 창간사에서 이렇게 소망한다.

“우리는 텃밭도 가꾸고 주말농장도 가꿉니다. ‘평화친구’는 평화의 씨앗과 희망을 키우는 조그만 밭의 역할을 자임합니다. 일상의 평화, 우리 민족의 평화,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 그리고 식민지배와 전쟁의 폭력이 세계 도처에 버려둔 무주고혼의 평화를 기원하며 추구하는 ‘평화친구’는 누군가의 ‘평화 텃밭’이나 ‘평화 주말농장’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아니, 누군가의 거실이나 사무실에 하나의 ‘평화 화분’으로 놓여도 더 바랄 것 없는 보람과 가치이겠습니다.”

‘평화친구’는 몇 가지 고정지면들이 편집의 기본 틀이고 창간정신의 뼈대이다. ‘세계 명작과 경전(經典)에서 평화와 만나다’, ‘일제 강제동원 유골발굴과 조국봉환의 현장을 가다’, ‘한국문학에 남은 일제 강점의 상흔’, ‘우리가 기억해야 할 평화친구’, ‘우리 이웃의 평화친구’, ‘민족평화의 길을 달리고 싶다’, ‘내 안의 평화’, ‘평화의 메아리’, ‘평화 우체국’ 등이다.

창간호에서는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우리도 지금 페스트 시대를 살고 있다’를 통해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평화의 눈으로 읽어내고, 류영재 화가의 ‘절망을 딛고 피운 평화의 꽃, 게르니카’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피어난 불후의 평화, 하종욱 음악칼럼니스트의 ‘절망과 희망의 파노라마, 탱고의 역사’에서는 탱고에 흐르는 평화에의 갈원, 김동환 부엉이영화사 대표의 ‘소년 아메드’를 통해 종교적 원리주의의 폭력성을 극복하는 휴먼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인류 정신의 근원과 같은 경전(經典)이 품은 ‘평화’와 다시 만나보는 연재는 박항준 아태협 부위원장의 ‘논어, 다시 읽기’로 시작한다.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모국 봉환에 대한 안부수 아태협 대표의 체험수기를 연재한다. 해방 후 60년 가까이 지나도록 정부도 국민도 방치해온 그 역사적 책무의 실천에 2004년부터 앞장서 온 민족시민단체가 아태협이다. 이역만리 타관 땅에 쓸모없는 돌조각처럼 방치한 그 유해들을 발굴해 고국산천의 품으로 모셔오는 고투와 노역은 수많은 무주고혼의 오랜 원한을 풀어서 안식과 평화를 마련해 드리는 일이다. ‘한국문학에 남은 일제 강점의 상흔’을 연재하는 이유도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치유해 평화의 언어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으로, 이 연재는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가 맡아 김사량의 소설 ‘기자림’의 경우로 시작한다.

‘평화의 메아리’에는 이대환 작가가 민족평화의 길을 통찰한 ‘평화가 터졌다는 그날이 오면’을 비롯해 평화의 메아리로 돌아와야 하는, 북한 대표단도 참석했던 ‘2018년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 대회 공동발표문’, 민족평화의 염원을 노래한 임종철, 정기복 시인의 시를 담고 있으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평화친구’는 베트남 전후(戰後)의 대표 작가 반레를 추념하고, ‘내 안의 평화’는 여섯 편의 잔잔한 수필들이 일상의 평화를 펼쳐 보인다.

‘민족평화의 길을 달리고 싶다’는 어느 날에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꿰뚫어 통과할 날을 기다리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코너다. 창간호에서는 쌍방울그룹을 만나 그 길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평화친구’는 창간호 준비 과정에 맞은 안중근 의사 하얼빈의거 111주년(2020년 10월 26일)을 기념해 ‘안중근의 총소리, 동양평화의 종소리’를 특별히 마련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듯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안 의사가 미완의 유고(遺稿)로 남긴 ‘동양평화론’을 다시 읽어볼 기회를 제공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