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화답해 정부가 내놓은 범부처 탄소중립 추진 전략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창한 목표만 보일 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이나 재원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기후대응기금과 탄소세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복병이 숨어 있어 업계의 속앓이도 커지고 있다. ‘탈원전’하면서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호된 비판이 빗발친다.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전략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산업·수송·건물 등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여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필요한 에너지는 가능한 한 전기로 대체하고, 전기는 대부분 태양광·풍력을 통해 생산한다는 것이다. 어쩔 도리 없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 기술을 통해 땅속에 파묻거나 나무를 심어 흡수해 상쇄시키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국가결정기여(NDC)’를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비용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탄소세 도입이나 경유세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탄소 사용료를 비싸게 만들어 탄소 감축을 압박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3대 정책 방향 어느 것도 고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대목이 없다.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기업들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마저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전원으로 원자력을 꼽는다. 원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전원믹스에 포함시키면 고비용의 태양광·풍력의 발전 용량을 줄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잉여전력도 우리가 감당할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독일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섣부른 ‘탈원전’정책이 탄소중립 실현의 치명적인 걸림돌이 돼가고 있다. ‘탈원전’이냐, ‘탄소중립’이냐를 놓고 하나를 선택하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