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복​​​​​​​전 포항뿌리회 회장
김유복
전 포항뿌리회 회장

지난 주말 한나절은 산행으로 풀고 돌아오는 길에 흥해 덕실마을로 오래 못 본 선배도 뵐 겸 발걸음을 옮겼다.

덕이 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라 하여 ‘덕실(德室)’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마을로 형성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 초기(1492년경) 경주 김씨가 입향(立鄕) 하였다는 설명으로 봐서 500년은 족히 넘은 유서 깊은 고장으로 현재는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에는 경주 이씨 입향조를 기리는 재실인 이상재(履霜齋)가 있고 지방 문인들이 시회(詩會)를 하던 담화정(湛和亭)이 있는 기품(氣品)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이 마을은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 마을 출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지역으로서는 대통령을 배출한 영광에 엄청난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 곳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까지 된 포항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갖가지 공(功)과 과(過)는 있겠지만, 그 공과는 역사가들이 평가할 문제로 차치하고 그 당시 지역 출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열광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가난과 어머니가 나의 스승이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고 꿈을 키우기 위한 도전과 용기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인생역정만큼은 본받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기념 전시관으로 만들어진 덕실관을 둘러봤다. 지상 2층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그 간 꿈을 키우며 살아온 일대기와 대통령으로서의 삶에 대한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고 2층 영상관에서는 대선 후보 당시 홍보물과 포항과 덕실마을을 소개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덕실관 뒤에는 누런 초가지붕의 생가를 복원한 건물이 가을볕을 받으며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주말이라 더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있긴 하지만 요즈음은 코로나 감염증 등으로 현저히 줄어든 모양새다. 최근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덕실관 운영에 관한 비판의 소견을 내놓은 뉴스를 접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찾아본 덕실마을은 늦은 가을의 뒤끝처럼 조용했다.

한때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평가가 엇갈리면서 열기가 식은 것 같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은 우리 지역 출신 인사가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는 역사는 지울 수가 없고 포항 사람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영광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지역을 위해 해놓은 게 별로 없다는 게 지역 민심(?)이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비록 법의 심판을 받아 영어(囹圄)의 몸이 된 그것 또한 역사에 기록되겠지만 잘못된 역사 때문에 지역의 자부심마저 상실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잘난 역사는 이어가는 게 미래를 위한 바람직함이 아닐까. 포항의 자랑거리는 시민 모두의 것이며 후대를 위해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충절의 고장에 사는 마을 분들과 선배가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덕실마을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