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립 70주년 맞은 포항죽도성당 주임 신부 김도율
성전 리모델링 등 다양한 사업 추진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 고취로
교구 발전 촉진에 더욱 초점”

새 단장한 포항죽도성당 입구.

“모 본당으로서 선교 구심점 역할을 성실히 해왔던 역사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선교의 중심 본당으로서 가톨릭 영성의 본산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9일로 설립 70주년을 맞는 포항 죽도성당 김도율 주임신부의 소회는 ‘선교’에 맞춰져 있었다.

포항 죽도성당은 1949년 경주본당 소속의 포항공소를 시작으로 포항지역의 모(母) 본당이 되어준 대표적인 성당이다. 1950년 김경우 초대신부가 부임함으로써 본당 면모를 갖춘 이래 1978년 덕수성당을 분가시키면서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이어 대해, 구룡포, 오천, 대잠, 장성, 연일성당 등 7개 성당을 분가시킴으로써 포항지역은 물론 대구대교구 내에서도 가장 활발한 공동체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만을 헤아리는 4대리구 교구민 신앙의 구심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김도율 신부는 2019년부터 제17대 주임신부로 부임해 현재 4천여 명의 신자들을 사목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사목 지표를 ‘신앙을 새롭게, 성전을 새롭게’로 정하고 설립 7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해 최근 성모당을 새롭게 단장해 대구대교구의 수호자이기도 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한층 고취하고, 나아가 성모 마리아를 통해 교구의 발전을 진일보 촉진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김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중단된 경험은 전례와 성사 생활, 즉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성찰을 요청한다면서 많은 신자가 처음 겪는 미사 중단 사태에 당황했지만 미사 중단이 신앙의 멈춤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지 236년 만에 처음 맞은 초유의 경험이었습니다. 가혹한 박해 속에서도, 토굴과 빛을 가린 좁은 방안에서도 이어지던 미사성제와 성사 생활이 일제히 중단됐습니다. 팬데믹의 위기가 강제한 종교 모임의 금지, 즉 미사 거행과 성사 집행의 중단으로 신자들은 신앙생활도 멈췄다고 느낄 만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정된 교회 안에서 안락하고 풍요한 삶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난한 이들을 그저 시혜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신부는 또 코로나19가 야기한 안타까운 현실을 깊이 우려하며,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이러한 상황에서 힘과 재물의 논리로 움직이던 세계를, 이제는 공존하는 더 건강한 세계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황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새로운 복음화에 귀를 기울여 가톨릭 문화를 통한 선교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 신부는 70주년을 맞은 죽도성당의 성전 리모델링과 신자들의 쇄신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 진행에 여념이 없다. 신자와 시민들을 위한 ‘소화데레사 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신자들의 시화와 그림, 서예, 서각, 사진과 본당 역사가 담긴 사진들, 제4대리구 내 19개 성당 꽃꽂이 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본당 주보 성인 성녀 소화 데레사 상 안치도 곧 진행한다. 죽도성당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신자들의 안식처로 남길 원해서다. 이는 죽도성당에 생기고 있는 변화와 무관치 않다. 지역 본당 분가로 새로운 신자들이 거의 없어 성당은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김도율 포항죽도성당 주임 신부
김도율 포항죽도성당 주임 신부

“70년 동안 큰 나무를 키워왔고, 이제는 큰 그늘을 드리우고 힘든 이들이 위로와 격려를 얻어 가도록 넉넉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지만, 주말이면 성당을 찾아 봉사하는 이들에게서 기쁨을 본다”며 우리 모두가 각자 다양한 데서 낮은 곳에 임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실천해가길 희망했다.

“포항시민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죽도성당의 역사를 이뤄왔습니다. 시민들에게도 문화적이거나 영적 보답이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 단장된 성전마당은 교우들의 것만이 아니라 시민이 공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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