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내 詩에서 맥놀이 하는 핏줄
‘그리움’은 내 詩에서 맥놀이 하는 핏줄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0.11.22 20:11
  • 게재일 2020.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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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인 차영호
네 번째 시집 ‘목성에서 말타기’ 발간
“지금 이순간도 ‘그리움’을
더 잘 보이게, 들리게, 만져지게
냄새 맡아지게 표현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차영호 시인 시집 ‘목성에서 말타기’
차영호 시인 시집 ‘목성에서 말타기’

“도로를 내로 바꾸고/차는 쪽배로 바꾸면/흐르고 흘러 닿을 수 있을까?// 무릉武陵// 복사꽃 붉게 핀/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젓대를 불면/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와 내 무릎을 베고 눕는 수평선// 설익은 음률에도 바다는 파도를 파견하여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로/보구치 복복/성대는 분홍, 꽃분홍…. - 차영호 시 ‘수평선-복사꽃’ 중

포항지역에서 ‘낭만의 시인’으로 불리는 차영호(66)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목성에서 말타기’(도서출판 움)를 발간했다.

차 시인은 2003년 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애기앉은부채’, ‘바람과 똥’ 이 있다. 2019년 ‘우리詩작품상’을 수상했다.

차 시인에게 이번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5년 ‘바람과 똥’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소회를 듣고 싶다.

△내가 학창 시절에 시를 만나고부터 여태까지 짧지 않은 동안 시를 생각하지 않고 보낸 날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상을 찾아 헤매고, 쓰고 매만지는 나날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시인이 시를 쓰고 그 시를 가려 꿰어 시집을 엮는 것은 다반사다. 나는 시를 쓸 때 되도록 관념어를 쓰지 않고 우리말 시어를 골라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려고 용쓴다. 그러면서도 ‘그리움’이라는 말은 남용하다시피 한다. ‘그리움’은 내 시에서 맥놀이 하는 굵은 핏줄이기 때문이다.

-시집에 담긴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있다면.

△제가 쓴 졸작이 제 마음에 든다는 것은 퍽 겸연쩍은 일이지만, ‘매향연서(梅香戀書)’에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싶다, 다른 시편들 몰래. 한지공예가로부터 그의 작품 ‘매화’에 어울리는 시를 의뢰받아 쓴 시편으로 대청호반에 있는 창호지로 문을 바른 시골집에서 밤새워 썼다. “(상략) 나는 지금 외딴 마을에서 그리움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수없이 날려 보냈지만 멀리 날릴수록 얼른 되돌아와 손바닥에 도로 얹혀있는 이 원반이 날아갈 곳은 오직 한 군데뿐, 새벽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직도 별이 초롱초롱합니다. 별 하나가 앉은걸음으로 다가와 속닥입니다. // 우리는 그리움에 대해 책임이 있어. 태초부터 우리 자신이었던 다른 조각들이 어디에 흩어져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 조각들이 잘 지내고 있을 때 우리는 역시 행복해. (하략)”

차영호 시인
차영호 시인

-시집을 읽고 주변의 반응, 다른 평론가들이나 시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상환(문학박사·시인)은 “차영호는 말과 사물, 내면-세계의 공간, 실재의 깊이를 향해 그리움을 연인처럼 대하는 시인이다. ‘목성에서 말타기’의 시와 세계는 이러한 길과 그리움을 주제로 한 천체 이미지, 동·식물적 상상력이 돋보인다”며 작품 해설을 했고, 고영민 시인은 “차영호 시인의 시는 ‘그리움’의 시다. 그에게 있어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다. 시간에 끊임없이 불을 댕겨 자신의 근원에 대한 탐색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서정시가 나를 회복하는 눈물겨운 여정이며, 특정한 시대에 한정되지 않고 언제나 되돌아갈 수 있는 원형적 세계임을 이번 시집에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시집 뒷표지에 적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꾸준하게 공부해 독자에게 친절한 시를 쓰고 싶다. 대개 예술성과 대중성을 서로 대척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는 하지만, 그 양팔저울을 나름대로 조절하며 시작(詩作)에 임하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도 ‘그리움’을 더 잘 보이게, 들리게, 만져지게 냄새 맡아지게 표현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말들을 더 선명하게 이미지화하여 쓴 시편들을 바로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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