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업자가 다른 상호로 여러 업종 운영하는 방식 배달앱서 유행
“코로나로 매장손님 줄어 이렇게라도 버텨야”… 맛·위생 불만 늘어

배달앱에 등록된 포항의 한 과메기 식당의 사업자 정보에 상호명이 치킨점으로 돼 있다. 북구 창포동에서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가 ‘○○○ 과메기’라는 이름의 식당을 배달앱에 등록하고 치킨과 과메기를 동시에 배달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배달앱에 등록된 포항의 한 과메기 식당의 사업자 정보에 상호명이 치킨점으로 돼 있다. 북구 창포동에서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가 ‘○○○ 과메기’라는 이름의 식당을 배달앱에 등록하고 치킨과 과메기를 동시에 배달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매장에 방문한 손님을 응대하는 동시에 배달앱으로도 주문을 받는다. 허가받은 사업자로 여러 브랜드를 배달앱에 등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포장이나 배달 가능한 품목에 최근 곱창전골을 추가했다. A씨는 “곱창 메뉴가 매장에서나 배달 모두 매출 실적이 좋다고 해서 내년까지 주문량을 지켜보고 다른 메뉴로 바꾸거나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주변에 워낙 쟁쟁한 치킨 업체들이 많은 데다 코로나19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매출까지 덩달아 줄어든 상황이라 배달앱을 통해 다양한 메뉴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지역사회에 배달 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가운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앱을 통한 ‘한 지붕 다(多) 메뉴’ 운영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음식점 한 곳에서 두 가지 이상의 업종을 운영하는 형태로, 과거 야식집에서 흔히 사용하던 영업방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장 매출이 줄고 배달 위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 다각화를 위한 ‘생존책’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악전처는 지난 2016년부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해 음식점의 ‘숍인숍’(shop in shop) 영업을 가능하게 했다. 한 사업자가 복수의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배달앱에서는 사업자 한 명이 간판이 다른 음식점을 두 개 이상을 등록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적용했다. 현재 ‘요기요’를 제외하고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 대부분은 한 사업자가 여러 상호를 등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포항에서도 한 점주가 한식·일식·중식 등 다양한 업종을 배달앱에 등록해 운영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서 10년간 찜닭전문점을 운영해 온 점주 B씨도 지난 9월부터 국밥전문 식당을 배달앱에 등록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B씨는 “추가 업종 등록에 따른 배달앱 사용 수수료가 그만큼 늘긴 하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 더 차리려면 건물 임대료에 직원 인건비, 인테리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은 갈수록 줄고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차라리 비대면 배달창구를 활용한 매출 상승을 기대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숍인숍’ 운영방식을 택한 업체 대부분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배달앱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 이모(36)씨는 “요즘엔 외식하는 것도 조심스럽기도 하고 꺼려져서 배달 주문을 더 자주 이용하는데 선택지가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와 식당 이름을 비교해보면 결국 같은 음식점이 많아 우롱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업체에서 주문한 음식의 맛이나 위생 관리에 대한 불만이 담긴 소비자 후기도 늘고 있다. 포항에서도 배달앱에 등록된 숍인숍 형태의 음식점에서 ‘기름 누린내가 난다’‘음식이 식어서 먹기 힘들 정도로 딱딱하다’‘수저 없이 배달왔다’ 등의 후기가 남겨져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배달앱에서 사업자 정보에 기재된 상호명과 음식점 이름이 다를 경우 한 업체에서 식당 이름만 바꿔 장사하는 곳이 많은데, 한 업체에서 여러 음식을 팔 가능성이 커 맛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돈다.

배달앱 업체들은 숍인숍 영업행태가 불법이 아니므로 이를 규제할 권한이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등록업체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제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애초 숍인숍 형태의 영업방식은 영업자의 시설투자비를 경감해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방안”이라며 “이 같은 영업 행태에 대한 위생 취약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좀 더 세심하게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등은 지난 9월 숍인숍과 같은 공유 주방의 개념을 명확화하기 위한 식품위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유 주방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함께 관련 사업 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정기자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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