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 (1) 주거빈곤에 처한 아이들
도내 4만6천141명의 아이들
고시텔·비닐하우스가 ‘집’
심리적 안정 챙겨줘야 할 때
물리적 위험조차 막지 못 해
전문가 “주거권은 국민 권리
머리 맞대 문제 해결 나서야”

주거기본법 제2조(주거권)는 대한민국 국민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 인간다운 삶에는 물론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많은 아이가 그러나 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10살 남짓한 어린 아이들은 한겨울에도 매번 냉수로 몸을 씻어야 하고, 문밖에서 밀려들어 오는 한기에 밤마다 추위에 떨면서 잠에 든다. 머리맡으로 바퀴벌레 등 온갖 곤충이 기어다니고, 구석마다 가득한 거미줄과 벽지마다 곰팡이가 퍼렇게 슬어 있는 공간에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집이라는 단어는 안락(安樂), 편안(便安)이라는 말보다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악몽(惡夢) 그 자체다.

본지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의 도움을 받아 이름만 집일 뿐, ‘판자촌’이나 ‘달동네’만큼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이라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연재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과거 ‘집(住)’의 개념은 비바람을 피하고, 야생동물이나 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실체적 장소였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단순하게 물리적 위험을 막는 장소에서 진일보해 회복과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거주하는 동안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고, 편의에 따라 정신적으로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따라 집의 순위가 매겨진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집에 빚을 내고서라도 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서적 안정과 만족에서 기인한다.

현대사회의 집을 기준으로 하면, 대한민국에서 약 100만 명의 아이들에겐 집이 없다. ‘주거빈곤’이라는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주거빈곤이란 정부 등이 정한 최저주거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하나 옥탑, 고시텔, 쪽방,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서 사는 아이들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5)’를 보면, 아동주거빈곤에 처한 아동 수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94만여 명으로 전체 아동 수의 9.7%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략 10명 중 1명은 아동주거빈곤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

경북도 내에서는 4만6천141명의 아이들이 아동주거빈곤 상태다. 악취가 진동하는 14평 공간에 6인 가족이 함께 살거나, 비좁은 6평짜리 원룸형 컨테이너에 5명이, 지어진 지 60년이 넘어 순풍에도 무너질 것 같은 단독주택에 5인 가족이 살고 있다. 심리적인 안정이 아니라, 물리적 위험조차 막을 수 없는 공간에 약 5만 명의 아이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

이를 단순하게 개인적인 문제로 넘길 순 없다. 최근 ‘경상북도 아동주거빈곤 실태조사’를 실시한 강병덕 한동대학교 심리상담학부 교수는 “주거권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은데, 국민이 주거권이라는 권리를 가졌을 때 이를 보장하는 의무가 국가에 있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삶에 가장 필요한 게 의식주라고 이야기한다면,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년기 부정적 경험을 한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특히 주거빈곤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핍이라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부정적인 사고가 형성될 위험이 다분하다. 연장선상에서 부모 또는 또래와 마찰이 잦아지면서 타인에 대한 반감도 쉽게 가지게 된다. 사회적 문제로 품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시기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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