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 지능범죄팀 김태규 경위·경제팀 이미정 경사
체포술 경연대회 준비하며 사랑 키워오다 백년가약 맺고 자녀 셋 둬
고된 직업 특성 이해하며 서로에 힘, 모범 경찰생활로 능력 인정받아

포항남부경찰서 소속 김태규(왼쪽) 경위와 이미정 경사. 이들은 경북에서 유일한 부부 전문수사관이다. / 포항남부경찰서 제공

21일은 제75주년 ‘경찰의날’이다. 전국 15만명의 경찰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 구석구석을 밝히며 국민의 안정과 평온함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경북에는 현재 6천528명의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부부 전문수사관은 단 한 쌍밖에 없다.

이색 자격의 주인공은 바로 포항남부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김태규(47) 경위와 경제팀 이미정(42·여) 경사다. 이들은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소문난 원앙이다. 부부의 첫 만남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경위는 경찰생활 7년차에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상대지구대에서 만났다. 당시 26세 꽃다운 나이에 지구대로 초임 발령을 받아 온 이 경사였다.

2000년대 초반 여성 경찰공무원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특히 이 경사는 훤칠한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까지 더해 경찰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김 경위도 첫눈에 반해 버렸다. 그러나 이제 막 경찰이 된 이 경사의 눈엔 김 경위는 그저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선배”로만 느껴졌다.

때마침 두 사람이 가까워질 만한 ‘기회’가 생겼다. 두 사람 모두 경찰청이 주관한 체포술 경연대회에서 포항남부서를 대표하는 선수로 뽑힌 것이다. 둘은 유도 대련을 통해 엎치락뒤치락하며 정이 들었다. 특히 유도 2단 자격증을 지닌 이 경사의 엎어치기 한 방에 김 경위는 ‘나를 이렇게 대한 여자는 처음이야’라며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1년간의 연애 끝에 이들은 2005년 4월 10일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하나에 딸 둘까지 뒀다. 결혼만 하면 모든 게 행복할 것만 같았지만, 부부 경찰도 육아 문제엔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김 경위는 범인 검거를 위해 잠복이나 타지로 출장이 가는 날이 많았고, 일주일에 5일 이상 집을 비우기도 했다. 낮에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었지만, 밤에는 이 경사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는 날이 많았다. 보통 아내라면 바가지라도 긁었을 테지만, 오히려 그는 싫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 경사는 “같은 직종에 몸을 담고 있기에 남편이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가고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일들은 점차 줄면서, 부부도 경찰 본업에 집중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수사과에서 함께 근무하며 김 경위는 현장능력을 발휘했고, 이 경사는 법률자문 역할을 하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 가정에서의 사랑이 직장에서는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덕에 김 경위는 지난 2012년 추적분야에서 전문수사관으로 인정받았다. 전문수사관은 특정수사분야에서 우수한 경력과 능력을 갖춘 경찰관을 일컫는데, 해당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하고 10년간 실적을 쌓아야 인정받을 수 있다. 또, 2019년에는 이미정 경사와 김태규 경위 모두 환경분야 전문수사관으로 선정됐다.

이 둘 부부는 “지원군이 옆에 있어 항상 든든하고, 서로 일을 이해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며 “후배들에게도 부부경찰을 적극적으로 권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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