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밥상을 물린 뒤
저녁 밥상을 물린 뒤
  • 등록일 2020.10.19 19:56
  • 게재일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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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영 민

저녁 밥상을 물린 뒤, 우리는 고요해졌다 형은 바닥에 눕고 누나는 벽에 기대었다 어머니는 다림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간장 간을 맞출 때는 생 계란을 띄워보면 안단다 가라앉으면 싱겁다는 거고 계란이 떠서 꼭 백 원짜리 동전만큼 뵈면…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천천히 생 계란처럼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개들마저 낯선 사람의 발소리에도 짖지 않았다 해가 하루하루 더 짧아지는구나 싸락눈 내리는 소리가 뒤란에서 들려왔다 누나는 이불을 당겨 발을 덮었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입이 심심했다 문밖으로 어둠이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늦가을 저녁상을 물린 식구들은 저녁의 평온하고 고요함에 젖어 아무도 말이 없다. 어머니의 말씀에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지만, 가족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이리라. 안온하고 따스한 가을 저녁, 식구들 사이에 흐르는 말 없는 평화와 가족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따스하게 스미는 것을 시인은 잔잔하고 정겨운 필치로 읽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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