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열씨의 농장에서 자라는 채소들.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서 취하는 일종의 자위 수단이다. 대부분의 차량은 서행하며 조심을 하나 일부는 출근길이 바빠서도 그렇겠으나 막무가내로 달려들며 심한 경우 손이나 옷이 스치게 되는 경우까지 있어 호미를 들되 도로 쪽으로 향한 손에 적당하게 벌려 들고 흔들며 촌놈 행색으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달려들면 제 차에 흠집이 생길 것이므로 모두 조심하나 가끔 나팔을 울리며 조바심을 치는 경우도 있으나 깡그리 무시하고 그대로 걸어간다.

다리 끝부분에는 좌우로 밭이 있다. 왼편에는 만해 형님 밭이고, 오른편에는 이화씨의 농장이다. 제멋에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마을에는 잘 나고 똑똑하신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내가 존경하던 분들은 만해 형님과 우리 부부가 천사라고 부르는 이화씨이었는데 불행하게도 한 분이 먼저 떠나시고 이제 이화씨만 남았다. 재작년에 초보 농군인 우리는 마늘 두 접을 심어 종자보다도 못한 수확을 한 적도 있는데 이화씨는 반 접을 심어 두접반을 수확한다. 항상 필요한 양보다 많이 심고 거두어 이웃들과 나눈다. 우리더러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대로 뽑아 먹으란다.

나는 농장이라고 뻥을 치나 실은 하천 부지를 개간한 국가의 땅이다. 처음 강둑에 매실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어느 천 년에 효도를 보겠느냐고 하시던 마을 분들이 우리가 매실을 수확하는 것을 보시곤 묘목들을 심으셨다. 농장 둑에는 왕보리수, 감, 대추가 달린 나무가 보이고. 무성한 오가피나무에는 산비둘기가 집을 짓고 알을 낳고 부화하여 새끼를 데리고 떠난 빈 둥지가 숨어있다. 농장에는 봄에서 가을까지 열 가지도 넘는 야채며 채소들이 자란다. 매일 아침이나 한낮이나 저녁에는 한두 번쯤은 들려 살펴보고 만져보고 대화한다. 아마도 나무며 채소들은 나의 발소리를 기억할 것이고 멀리서 내가 나타나면 주인님 오신다고 영차영차 할 것 같다.

/류대열(경주시 외동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