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울릉(Ulleung Rim)’ 시대다
이제는 ‘환울릉(Ulleung Rim)’ 시대다
  • 등록일 2020.09.27 19:46
  • 게재일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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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명칭 표기를 둘러싼 한일 간 외교전쟁의 결과가 오는 11월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 문자 명칭대신 숫자로 해역을 표기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환동해에 대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던 각 계 각층에서는 적어도 국제무대에서 이 명칭을 더이상 쓰지 못하게 될 것에 대비하여 앞으로 동해의 유일한 국경도서인 울릉군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환울릉’의 명칭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제공

동해(East Sea) 명칭에 대한 한일 간 외교전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일본해(Japan Sea 또는 Sea of Japan)로 표기되고 있던 동해의 명칭을 최소한 일본해와 나란히 병행 표시되도록 국제외교무대에서 첨예한 각축전을 벌여왔다. 한반도 동쪽의 해역, 동해가 국제기구가 발행하는 지도에 일본해로 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28년부터다.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IHO)가 그해 발간한 각국 해도에서 해양의 명칭과 경계의 기준이 되는 ‘대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Special Publication No. 23), 초판’에서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표기한 때문이다. 초판 발행 당시는 일제강점기였기에 한반도와 일본 본토 사이의 해역명칭을 IHO가 일본해로 표기한 것에 대해 우리는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었다.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제3판(1953년)이 발행될 때는 6·25전쟁이 겨우 휴전되어 초토화된 국토재건에 여념이 없었던 때였기에 동해 명칭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대한민국이 비록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1991년 9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이후부터다. UN 동시 가입을 이루었던 남북한은 이듬해 개최된 제6회 국제연합지명표준화회의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하였다. 적어도 동해에 관한 한 남북한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이후 정부는 물론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 (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등 뜻있는 민간단체들까지 가세한 한일 간 외교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999년 시점에는 세계의 주요기관, 지도제작회사, 출판사 등이 발간하는 세계 지도에서 동해/일본해로 해역을 병행 표시하고 있던 비율은 불과 3%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2년 시점에는 세계 지도 가운데 동해를 일본해와 나란히 표기한 지도 비율이 30% 수준까지 높아졌다.

일본도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각국이 우리 주장을 받아들여 동해로 단독 표기하거나 일본해와 동해를 함께 표기할 것을 결정할 때마다 정치, 경제, 외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박하며 원상복구를 종용하였다. 일본 외교부 등 중앙정부, 지자체 등은 물론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 등 대기업 산하 민간연구소들도 연구보고서 등에 교묘하게 지도를 넣으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2014년 10월 도쿄 무사시노시(武藏野市) 시립중학교에서 일본해(동해)로 병행 표기한 지도가 배포한 사회과목 교재에 실린 적이 있었다. 당시 도쿄도와 무사시노시교육위원회는 전례가 없고, 학습지도요령의 취지에 어긋난 부적절한 교재라며 학교 측에 바로잡으라고 강요하였다. 이에 따라 지도가 들어간 교재는 다시 교체되었고 담당 교사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2017년 8월에는 니가타현 묘코시(新潟<770C>妙高市)가 발행한 한국어판 관광안내책자(17쪽 지도부분)에 동해로 표기된 것을 발견하자 이미 인쇄된 5천 부를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고 일본해로 수정한 책자를 재인쇄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수십 년에 걸쳐 동해에 대한 명칭과 표기에 대한 외교전쟁의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경 어떤 형태로건 결착을 보게 될 것 같다. 최근 IHO 사무국장은 현행 제3판(1953년 간행) 개정과 관련하여 ‘바다를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한국과 일본에 제안하였다고 밝혔다. 디지털화 시대에는 문자로 된 이름보다도 숫자가 지리정보시스템의 활용에도 유용하기 때문에 모든 바다 해역에 고유 숫자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동해도 일본해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안건은 IHO 가맹국에 이미 회람된 상태이며 11월 총회에서 대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안(제4판)이 의결될 예정인데 가맹국들의 의견도 대체로 긍정적이어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동해 명칭을 둘러싼 외교전쟁을 치르는 동안 국내 각계에서는 해양과 ‘환동해(East Sea Rim)’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한반도에서 동해안을 접하고 있는 강원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을 중심으로 ‘환동해’, ‘환동해경제권’이라는 말은 일반화된 지 오래다. 환동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행정조직, 주요 금융기관의 지역본부, 학계나 주요 단체가 개최하는 주요 포럼이나 국제심포지엄 등에 이르기까지 ‘환동해’라는 용어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본에서는 ‘환일본해’지만.

이와 같은 시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그동안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환동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더욱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 IHO 총회 결과 사무국의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어 바다와 해양에 대한 명칭이 문자가 아닌 숫자로 표기될 것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결과를 아직 모르는 상태이고, 어쩌면 숫자로 표기되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모습을 띨 수도 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미래에는 동해와 일본해 모두 사용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동해에 대해 우리나라, 경북도, 포항이나 울릉군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러시아(극동연방 관구), 중국(동북 3성), 북한(동해안), 우리나라(동해안)와 일본(서해안) 전역에 접하는 해양의 중심에 유일한 한국령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울릉지역이다. 우리는 바로 이 울릉군이 북동아시아의 해양 중심지에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금까지 이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 나가야만 한다. 국제 사회에서 그 어떤 지역이나 국가라고 하더라도 명칭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부동의 명칭은 ‘환동해’도 ‘환일본해’도 아닌 ‘환울릉’이다. 울릉군을 중심축으로 삼은 주변 해역과 주변 경제블록을 논의할 때 그 어느 국가라고 하더라도 이 명칭에 대해서만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울릉군은 한반도 가장 동쪽 국경 최전선에 있고 동해 해역의 유일한 거점이기에 미래 환울릉경제권시대의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은 밝다. 당장 단체, 포럼 등이 사용하는 ‘환동해’ 명칭을 ‘환울릉’으로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동해가 숫자로 표기된다면 앞으로 국제행사에서 ‘환동해’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환울릉’이라는 용어를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울릉군은 그저 경북도 23개 시군 중 하나가 아니다. 동해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대표하는 ‘국제적 도서’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특별군’으로 승격시켜 우리나라의 미래 ‘환울릉’시대의 거점으로 손색이 없도록 지금 추진 중인 공항, 항만시설도 국제수준으로 격상시켜 확충, 정비해 나가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미래 해양강국을 지향한다면 미래의 해양영토, 해양주권의 교두보인 울릉지역에 대한 전략부터 새로 구상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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