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20.09.24 18:42
  • 게재일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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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일 아

방에 있으니 사방 벽이 나를 가두어

벽을 밀고 거실에 나왔다

그곳에도 벽들이 나를 막아서서

마당으로 도망치는

담장이 높이 서서 가로막아

숨이 갑갑해서 대문 밖으로 탈출했다



가슴이 후련해서

발이 가자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니

사방에 어둠이 덮이고

제도의 벽, 인습의 벽, 관습의 벽

보이지 않는 벽이 나를 가로막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낯익은 벽들이 나를 반겨

포근히 감싸주고 쉬게 해주었다



나를 보호하는 방어막임을 깨달아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벽은 밖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사방으로 가두어 단절시켜버리는 감옥과 같은 것이 아닐까. 벽에 갇혀 살면서 갑갑함을 느껴 밖으로 탈출해보지만, 밖은 또 다른 벽들이 산재해 있어 밖에서 다시 갇히는 꼴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오히려 방에 돌아와서 자기를 가두는 벽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유를 느끼는 시인의 고백을 듣는다. 깊이 동의해보는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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