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코로나 사태 속에 사상 유례 없는 긴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8월부터 껑충 뛰기 시작한 배추, 무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추석 성수품인 사과 값 등 과일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농수산 식품유통공사는 오랜 장마와 태풍으로 농작물의 산지 반입이 줄면서 채소류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제수용 수요가 늘어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채소류, 과일 등의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덩달아 추석명절 제수비용도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제수비용은 4인 기준으로 작년 동기간보다 5.3%가 오른 27만4천768원으로 나타났다. 송편의 경우 1kg 가격이 1만5천13원으로 전년보다 26.9%나 상승했다.

채소류 등 재료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일부음식점에서는 이를 반영해 가격을 올리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추석물가가 곳곳에서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16일 유통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물가안정특별대책회의를 열고 추석물가 수급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시군별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농수산물과 개인서비스요금 등 33개 품목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일단 농수산식품 유통공사를 통해 비축 농산물을 대폭 늘려 공급하고, 농협 임시판매장 17곳에서 농·특산물과 추석 성수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시는 밝혔다.

그러나 당국의 물가관리 시점은 다소 실기한 느낌이 없지않다. 좀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이미 상당 부분은 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좀처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수급물량을 늘리고 가격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명절 때마다 오름세를 보이는 시중의 유통구조도 획기적인 수급책을 마련, 개선책을 찾아보는 것도 이제부터 검토할 일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중 경기가 유난히 나쁘다. 물가상승은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물가가 오른다고 농산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는 덕을 보는 것도 아니다. 체계적 관리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하는 구조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