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만은 특별히 명예를 소중히 하는 집단을 손꼽으라 하면 군인 집단만 한 데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군인의 임무는 전시와 평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전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군의 임무와 직결되는 역할이라 하겠다.

그래서 보통 군인 정신에는 애국심, 충성심, 희생정신, 임전무퇴의 기상 등과 같은 온갖 성스럽고 거룩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언제든지 목숨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의 기본정신이다.

목숨을 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명예를 지키는 것과 같다.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출발은 귀족층의 희생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로마시대 귀족층이 서민층보다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솔선수범한 전쟁참여 정신에 있다.

남보다 먼저 내 목숨을 내놓겠다는 프랑스 칼레시의 시민정신도 남을 위한 나의 희생에 있었고, 영국 이튼칼리지가 귀족학교지만 일반시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가 솔선해 보인 희생정신 때문이다. 이튼칼리지의 학생들은 1, 2차 세계대전에 자발적 참여로 2천명이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다.

군은 명예를 잃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던질 목숨이 없는 것과 같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특혜와 관련해 여당 정치인이 추 장관을 감싸기 위해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경솔한 발언을 일삼아 걱정스럽다. 국가를 위해 정치적으로 목숨을 한번이라도 내던져 본적이 없는 정치인이 목숨과 같은 군의 명예를 짓밟을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