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붉구나
나도 붉구나
  • 등록일 2020.09.17 18:31
  • 게재일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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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 우

나는 오랫동안 내 몸에서

억만년 전의 붉은 꽃씨와

발자국화석과 퇴적지층을 보았습니다

이젠 마른 덤불로 굴러다니는

고생대의 물길을 넘으면서

오아시스를 찾아 일주일씩 버티면서

상늙은이 낙타가 된 나는

이제 내 몸에서

실밥과 구김살과 단추 구멍만 한 창문을 봅니다

창문 밖에는 단추 같은 애기 낙타

선인장으로 꽃 피고 있습니다

뱀도 추억도 까치발로 걷는 이 사막여행에서

저에게나 내게나

생은

크고 붉은 단추입니다

붉고 붉은 단추입니다

하루 같은 억만년을 잘 여미는

억만년 된 오늘 하루를 잘 여미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지나온 시간들이 마치 사막을 건너는 낙타와 같은 삶이라고 고백하고 있음을 본다.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생의 근원에 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생은 크고 붉은 단추라는 시인의 말을 곱씹어 보는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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