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의 이상한 발언이 논란이다. 김 전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과 달리 보수당이라면 무조건 지지하는 영남이 문제”라고 발언했다. 어떻게든 호남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그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온당치 않다. 그를 믿어준 영남 유권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자 균형감각을 크게 상실한 언사다.

김 전 의원은 인터뷰에서 “내가 타파하려는 지역주의는 동서(영·호남) 갈등이 아니다. 영남의 정치성향이 문제”라며 “영남은 보수당이 무슨 짓을 해도 ‘묻지마 지지’한다. 그러면 그 정당은 시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일정 부분 옳다고 해도 4·15 총선 이후 국회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당하고 있는 제1야당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쉬이 할 말은 아니다.

김 전 의원은 또 “(반면) 호남은 20대 총선 때 민주당을 거의 다 낙선시키고 국민의당을 뽑았다”며 “민주당에 예속돼 있지 않다. 언제라도 마음에 안 들면 응징한다”고 굳이 다 지나간 선거결과를 소환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영남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20대 총선에서 대구 유권자들이 그를 뽑아준 기억은 대체 어디로 달아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의 황당한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총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구 민심도 이런 부분에선 통합당을 꾸짖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무려 39.3%의 득표율을 기록한 그가 통합당의 지지율이 평균 4%에 그친 호남의 ‘악마적 주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부겸의 발언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호남과는 달리”라고 한 대목이다. 21대 총선에서 호남의 표심에서는 최소한의 ‘균형’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합리적 진보’의 대명사로 정치적 신망을 키워온 김부겸이 민주당 당원들의 표심이 화급해서인지, 4·15 총선 낙선이 아직도 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균형감각을 영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아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