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4대강 보 안했으면 나라 절반 물에 잠겼다”
권성동 “홍수 예방 자신 있으면 4대강 보 파괴하라”

연일 계속되는 폭우와 수해 피해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MB맨’들까지 말을 보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이번 수해로 거듭 입증됐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당권 주자들이 전면에 나섰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해 4대강 사업을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업’으로 규정했었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잘한 거냐 못한 거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적어도 일의 순서는 잘못됐음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충북 음성군 삼성면 호우 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4대강 보 설치도) 위에서부터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과거 4대강 보 설치는 소하천이나 소천은 그대로 두고 그 밑에서만 이뤄졌다”고 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4대강 사업을 하고 보를 설치한 영산강과 낙동강도 제방이 터졌다”고 했고, 박주민 의원도 “자신들의 실패한 업적을 미화하려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지금도 복구작업이 한창”이라며 “정쟁을 멈추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등 야권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특히, 섬진강 일대의 홍수 피해를 거론하며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어제 대통령 주재 회의는 역대급 물난리 피해 복구와 피해자 지원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했어야 하는 자리 아닌가”라며 “기껏 하시는 말씀이 ‘댐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을 조사하라’는 뒷북치는 소리이니,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갈수록 기막힐 따름”이라고 반발했다.

송석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만약 4대강 보를 정비해 물그릇이 커졌다면 기본적인 제방 유실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이번에 한강 주변에 엄청난 폭우가 왔지만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것으로 (사업 효과가) 많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친이명박계로 불리는 ‘MB맨’들도 소환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전 의원은 11일 SNS를 통해, “이번 비에 4대강 16개 보를 하지 않았으면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4대강으로 호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무소속 권성동 의원 역시 “아예 보를 파괴하라”며 정부를 향해 공세를 폈다. 그는 “문 대통령께서 4대강 보와 홍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라고 하시면서 은근히 4대강 사업을 디스했다”며 “애매모호하게 홍수의 원인이 4대 강 보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 마시고, 가뭄과 홍수예방에 자신 있으면 지금 즉시 4대 강 보를 파괴하시라.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라. 이것이 4대 강 보를 둘러싼 쓸데없는 논쟁을 종식하는 길”이라고 반발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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