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원 <br>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이수원
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연예인의 육아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자녀를 훈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강아지를 거칠게 다루는 자녀의 행동을 교정하고자 그 연예인은 자녀의 팔을 아프게 때리면서 “이렇게 하면 좋아?”라고 물었다. 아마도 강아지의 입장을 자녀가 체험해 보도록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은, 즐기기 위해서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역지사지를 가르친다는 측면에서 내용상 좋았으나 방법이 부적절해 보였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고 가치와 삶의 목표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자녀를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로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많은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고 자녀의 의견을 존중한다. 자녀의 팔을 아프게 하며 훈육했던 그 연예인도 평소에는 자녀를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

당시 훈육도 자녀가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던 훈육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도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만큼 본 지면에서 어떤 벌이 교육적이고 교육적이지 않은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선 교육적이지 않은 벌은, 기준이 없고 일관성 없이 시행되는 벌이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허용되는 행동의 범위가 달라져서 자녀가 부모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경우이다. 부모와 자녀가 민주적으로 의견을 모아 벌을 결정하고 일관성 있게 시행할 때 그 벌이 교육적이다. 자녀가 스스로 바람직한 행동을 선택하려면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예측가능하려면 일관성 있는 훈육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적이지 않은 벌은, 신체에 가해지는 벌이다. 체벌의 문제점은, 첫째 자녀가 체벌로 제압되면 폭력이 남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어 훗날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잘못된 행동의 결과로 체벌을 받는다면, 자녀는 대안이 되는 바람직한 행동을 배울 기회가 없다. 셋째, 신체적인 벌은 고통스럽게 때문에 자녀는 이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잘못된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생긴다. 자녀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려는 동기를 갖도록 돕기 위해서는 부모가 체벌하기 보다는 행동의 결과를 자녀와 함께 평가하고 자녀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도록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

유치원 급식실에서 아이들끼리 부딪혀 한 아이가 울게 되었다. 충돌을 일으킨 아이가 우는 아이에게 “미안해” 하니 우는 아이는 엉엉 울면서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도 잘못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해야 하며, 사과 받은 상황에서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자녀들은 옳고 그른 행동을 알고 있으니 부모가 하나하나 열거할 필요도 없이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만 해도 그 대화는 충분할 것이다.

자녀 양육의 결과는 하루하루 노력과 인내심이 쌓여 얻어지므로 지금 당장 자녀에게서 변화를 볼 수 없더라도 먼 미래에 성숙한 성인이 될 것에 대한 기대를 놓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