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와이어 공예작가 이진희
포항 문화경작소 청포도미술관서
4~15일 ‘삶의 시간’ 展 개최
시계로 완성된 작품 모두 선보여

와이어 공예 작가 이진희.  /사진작가 김훈 제공
와이어 공예 작가 이진희. /사진작가 김훈 제공

예술은 미(美)의 창조인 동시에 진실에 대한 표현이다. 창작 의지에 지성과 기술이 결합하면 바로 예술이 된다. 숙련된 손으로 지성과 감성을 휘고 구부리고 틀을 잡아 이미지를 창조하는 포항의 와이어공예 작가 이진희를 만났다. 15년 이상 와이어로 자신만의 예술을 형상화해 온 이 작가에게 그의 예술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와이어공예,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어떤 것인가.

△알루미늄 소재로 돼 있는 다양한 굵기의 와이어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

△실용적이고 아기자기한 생활소품에서 대형 설치미술까지 보여줄 수 있다.

- 어떻게 와이어공예를 시작하게 됐나.

△2006년 처음 와이어공예를 접했다. 비즈공예수업을 받던 중 담당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됐고 색다른 소재라는 생각에 접근하게 됐다. 그런데 배우던 과정 중 그해 9월 한국와이어공예협회 공모전에서 ‘웨딩시계’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상을 받았다.

△그래서 부담도 컸지만 와이어공예가 나에게 잘 맞는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도 됐다. 엄마로 여성으로 그리고 독립된 인간으로 나를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된 하나의 기회이기도 했다.

-포항에서는 현재 와이어공예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15년 이상 와이어만 고집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공예는 유행을 잘 타는 장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다양한 만큼 공예작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양한 소재를 공예로 끌어온다. 물론 나도 그러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와이어가 참 좋았다. 그리고 와이어가 가지는 물성이 나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와이어 공예의 매력은 무엇인가.

△‘표현의 확장성’이라고 해야 할까. 와이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사물은 기본적으로 선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와이어는 모든 선의 형태가 가능하다. 물론 선이 면으로 가는 부분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여러 선을 뭉치거나 겹쳐 면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어려울수록 작품이 완성됐을 때의 희열은 강하다.

-작가 이진희에게 와이어공예란 무엇인가.

△와이어공예 작품은 소재가 가지는 특성상 화려하고 세련된 면이 먼저 부각된다. 어쩌면 나를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도 그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강생들을 대하고 다른 이들 앞에 서야 할 때가 많기에 늘 밝고 화사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잘 휘어지고 쉽게 망가질 수 있는 와이어처럼 나 또한 작가로 엄마로 혹은 한 사람으로 나약하고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 그래서 와이어를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언젠가는 와이어로 만든 작품을 망가지지 않게 고착시키고 싶단 생각에 마법의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런 와이어공예는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자 나와 닮은꼴이다.

 

이진희作
이진희作

-포항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 청포도미술관에서 4일부터 15일까지 특별전을 한다. 어떤 전시인가.

△시간을 주제로 하는 청포도미술관 특별전 ‘삶의 시간’ 전에는 시계로 완성된 작품을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시간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작업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엄마로, 아내로, 작가로 3중의 삶을 살고 있는 와이어공예 작가 이진희는 올 하반기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세오녀문화제 단체전뿐 아니라 예술지원사업에도 선정돼 다양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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