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체중계
고장난 체중계
  • 등록일 2020.08.03 19:42
  • 게재일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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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몸무게를 재고 있다. 청소나 설거지를 하고서는 어김없이 체중계에 올라선다. 그 때마다 표정은 밝지 않다. 때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설을 지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를 강타하며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집 밖으로 나가거나 사람을 대면하는 자체가 두려웠다. 그 여파로 아내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 무렵 때마침 ‘미스터트롯’의 열풍이 불어 집에서 소일하며 지내기에 불편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나를 유혹하기도 했고 음악을 듣고 화초를 가꾸면서 나름 즐거워했다. 어느덧 나도 ‘미스터트롯’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TV를 보면서도 입은 항상 즐거웠고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자세 변화도 다양해졌다. 처음엔 소파에 앉았더니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고 급기야 매트를 거실에 깔기까지 했다. 거실은 또다른 침실이 되었다. 나에 대한 음식 유혹의 빈도도 잦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파 앞 티 테이블 위에는 먹거리로 다양해져 갔고 옷차림은 헐렁하게 바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퇴근 후 걷기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바라던 일이었기에 이를 공감하고 즉각 수용했다. 그렇게 매일 산책을 했지만 집에 와서는 TV를 보며 여전히 입은 즐거워 보였다. 그러면서도 고민이 되는지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얼마 후 다급해 졌는지 스스로 운동량을 늘려갔고 티 테이블 위에도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훌라후프를 돌리면서 윗몸일으키기도 했다. 체중감량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찐 살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아내는 수시로 체중계에 올랐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상하다 체중계가 고장 났나?’라는 표현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또 한편으로는 운동을 포기할까 걱정도 되었다.

이찬원의 ‘딱풀’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딱 붙어있지만 고장난 체중계는 언제쯤 고쳐질 지 궁금하기만 하다. /배만식(경주시 현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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