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화씨의 작은도서관 책친구 수업 모습.

목요일이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외출을 서두른다. 평소보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옷매무새를 매만지는 손끝에서도 즐거움이 묻어난다. 한 주간 같이 수업을 듣는 책친구 선생님들은 뭘 하며 지냈을까? 오전 10시까지 작은도서관 책친구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집 가까이 있는 도서관이 아닌 탓도 있지만 빨리 선생님들을 뵙고 싶어서다.

여름에 들어서면서 지리 한 장마가 계속되지만 차창 밖의 나무들은 제 색깔을 만들어 놓았고 곳곳에 여름 꽃들도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도 서로 먼저 연주회 열 듯 정겹다. 조수석에 놓인 수업파일에 눈길을 주며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수업이 펼쳐질지 살짝 기대도 된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 발을 들여 놓은 지도 햇수로 십 여 년이다.

작은도서관이 막 생겨날 즈음 큰 아이를 낳고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두 살 터울로 둘째가 태어나면서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도서관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 북스타트를 시작으로 인문학 붐에 발맞추어 도서관은 최고의 최적의 평생교육장이 되었다. 물론 나도 기뻤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독서동아리에서 만난 그림책은 남편까지도 육아로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어 준다. 그 중에서도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남편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우리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면 대출해온 책으로 저녁 이야깃거리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책으로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참 즐겁다.

이런 멋진 도서관이라니.

그래서일까. 아이들도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나 수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 나 또한 도서관은 ‘공주(공부하는 주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이곳에는 사람이 있다.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내는 강사 선생님들, 익숙하게 반겨주는 사서 선생님들. 여기서 만나는 인연들은 참 따뜻하다. 서로가 책으로 소통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또 내가 잊고 있었던 꿈을 생각나게 했고 다시 문학소녀로 돌려놓았다. 아이들은 도서관 다니는 엄마를 자랑스레 이야기 한다.

책친구 수업에서 고등학교 때 익숙했던 시인들을 만난다. 한용운, 윤동주, 황동규, 서정주, 김종길, 박재삼, 두보의 칠언율시까지.

오늘은 또 어떤 시인들이 나를 설레게 할까. 작은도서관으로 올라서는 내 발걸음이 가볍다. /허명화(포항시 북구 아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