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태풍 ‘콩레이’
지난해 태풍 ‘미탁’ 이어
올해도 침수 피해 발생
주민들 “동해선 철길 놓인 후
피해가 반복된다” 주장

지난 23일부터 내린 비로 24일 영덕군 강구면 화전천 둑이 무너져 있다. 강구면 주민은 강구역과 동해선 철길이 조성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박윤식기자

[영덕] “누구를 붙잡고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합니까? 이제는 영덕군도 못 믿겠습니다.”

2년 연속 침수 피해를 당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주민들은 또 다시 물난리를 겪자 “더는 못 견디겠다” 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23일 오후 11시 30분께부터 호우경보가 발효된 영덕에는 시간당 10∼50㎜로 다음날 새벽까지 258㎜의 폭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7번 국도와 강구면 일대가 침수돼 주민 136명이 황급히 마을회관 등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24일 강구면 오포리에서는 오전 2시 9분께 승용차를 운전하던 한 여성(47)이 침수로 차 안에 고립됐다가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26일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에서 만난 주민 김 모(46)씨는 “해마다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강구면 주민들은 “태풍, 장마, 국지성 호우에 대한 뼈아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구시장을 낀 오포리 마을은 2018년 태풍 ‘콩레이’와 지난해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당시 ‘천재지변이다’, ‘인재다’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을 하지 못했다.

3년 연속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콩레이’ 내습 당시 동해중부선 둑을 만든 이후 제때 배수가 되지 않아 모인 물이 한꺼번에 제방을 넘어 강구시장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재”라고 주장했다. 콩레이 당시 383.5㎜(누적 강수량)의 비가 내렸다.

주민들은 “과거 시간당 69.5㎜, 54㎜의 폭우가 쏟아진 2001년과 2005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산과 산 사이를 잇는 전체 길이 340m인 둑 형태 철길이 물을 가두는 댐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태풍 ‘콩레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강구역 건설 때 과거 100년간 홍수위를 고려해 물 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건설한 만큼 침수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덕군은 태풍 ‘콩레이’와 지난해 태풍 ‘미탁’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오포리 저지대 상습침수 주민들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한 뒤 화전천정비, 강구·오포 배수펌프장 용량 증설에 나섰다.

올해 1월부터는 강구 삼사해상공원 아래를 뚫어 소하천 유량을 바다로 직접 배출하기 위한 화전 소하천 재해복구사업(고지터널배수로) 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터널 공사현장 인근 오포2리 일부 주민들이 터널공사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에 따른 공사공법의 개선을 요구하며 반발해 당초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침수피해 주민들은 “물난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 심정을 모른다. 해마다 똑같은 침수 피해를 겪다 보니 복구할 의욕도 나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할지 암담하다”며 “침수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8월까지 터널을 뚫어야 태풍에 대비할 수 있다. 또 다시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높은 철길로 인해 3년째 침수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영덕군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면밀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윤식기자newsyd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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