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자연의 자리바꿈이 시작되었다. 개망초와 금계국이 일가를 이루던 6월이 갔다. 그리고 자귀 꽃을 필두로 자연의 공생이 시작되는 7월이 왔다. 자귀 꽃의 화려함에 들꽃 무리에서 달맞이꽃이 소소하게 답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안다, 그 소소함이 단순한 소소함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먼저 핀 꽃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그러기에 다른 들꽃들도 기쁘게 달맞이한테 자리를 내어준다. 그 마음을 아는 달맞이는 달이 세상을 품듯 노랗게 세상과 사람을 품는다.

“(….) 공벌레도 떠난/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하얀 마음으로 뭉게뭉게/피어오른 개망초가/더 넓고 더 큰 꿈을 꾸라며/달맞이를 노랗게 노랗게 밀어 올린다//달을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가짐보다/달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먼저 생각하라는/개망초의 마음을 뿌리로 읽은 달맞이는/공벌레가 끌고 간 길 끝에서/또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 (졸시 ‘달맞이꽃 마음’)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좀처럼 자리바꿈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과 국민의 노력으로 코로나 19 상황이 잡히는가 했는데, 최근 들어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나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다.

코로나19 사회의 핵심어를 두 가지만 들라고 하면 필자는 “거리 두기”와 “온라인”을 든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되었다. 물론 거리 두기에 민감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자신을 위해 이 규칙은 꼭 지킨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이 죄다.”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간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는 우리의 위협 대상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서의 거리 두기 모습은 “온라인 수업”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필자는 아직도 일부 유형의 온라인 수업은 학교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이야기를 할 때 핵심으로 나오는 것이 온라인 수업이라니 참 슬프다.

“요즘은 매일 매시간이 수행평가야! 이게 무슨 자유학년제야! 차라리 시험이나 보면 쓸데없는 과제 같은 것은 안 해도 되지!” “너희 잘되라고 하는 거야. 좋은 마음 가지고 해.”

이웃집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과 어머니의 대화다. 휴일 저녁 집으로 가는 시간대와 길이 겹쳐서 우연히 듣게 된 대화다. 아이의 냉소적 어조에 필자는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자유학년제란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진로 탐색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도입된 (….) 선생님은 학생의 교과 성취도보다 개별적인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 자유학년제, 과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이 의미도 찾지 못하는 수행평가가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로 자행되고 있는 학교 모습에서 자유학년제 금단 현상에 고통받을 우리 학생들의 비명소리가 벌써 들린다.

학교는 언제까지 학생들에게 뻔뻔한 죄를 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