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의 오리가족
제철소의 오리가족
  • 등록일 2020.07.14 20:11
  • 게재일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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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제철소 조업현장에 오리가족이 살고 있어 화제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어미오리 한 마리에 새끼 아홉이 딸린 10마리의 대가족이다. 오리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포항제철소 내 혁신적인 쇳물 제조공정인 파이넥스(FINEX)공장 철광석 원료야드 입구의 침전조 내부다. 언제부터 오리가족이 살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조업현장 근무자의 제보에 따라 필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 촬영한 결과 흰뺨검둥오리 10마리가 살고 있음을 목격했다.


척박한 공장지대에서 오리가 산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일 같지만 실제 상황이다. 야드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철광석이나 석탄, 부원료 등의 파일(Pile)이 바람으로 인해 날려가는 먼지를 줄이기 위해 필요에 따라 살수를 하게 된다. 이 때 살수된 물이 파일 내부로 스며들었다가 야드 측면의 배수로를 타고 입구에 조성된 침전조(Settling Pond)로 흘러들어 침전물을 가라앉힌 후 폐수처리장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돼있다. 이렇기 때문에 침전조 한쪽에서는 야드에서 살수한 물이 미량의 분진을 머금은 채 유입되고, 대각선 방향의 반대쪽에서는 물이 가득 넘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내부 바닥에는 진흙 같은 슬러지가 조금씩 쌓이고 더해져 물 속에 작은 퇴적층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몇 년 새 풀씨가 날아들고 수초와 갈대 등이 자생하면서 침전조 가장자리에는 작은 수초숲이 저절로 생겨났다. 소량의 물이 계속 흘러들어와 서서히 맴돌이 후 빠져나가니, 마치 내나 강의 물굽이가 치는 곳의 주위가 여울의 천탄(淺灘)에 따라 모래흙이 퇴적되면서 수변 식물이나 동물이 서식하는 환경이 되는 것처럼, 폰드 내부에서도 미생물은 물론 수중, 수상 동식물이 서식할 여건은 어느 정도 되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육중한 공장지역에서 과연 동식물이 장기간 서식하고 살아남는지는 의문스럽기만 할 것이다. 철광석 가루와 석탄 먼지가 조금씩 날아들고, 주변에 벨트 컨베이어나 집진기 설비가 돌아가는 소음 등으로 인해 생육환경이 상당히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리가족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으니 경이롭기만 하다. 더욱이 폰드의 수초숲에는 잠자리와 나비가 찾아들고 무당벌레 같은 곤충도 보이는가 하면, 야드 주위에 조성된 방풍림에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날아들기도 한다. 이쯤 되면 거의 제철소의 이색적인 생태서식처(?)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만큼 공장환경이 깨끗해졌고 파이넥스가 청정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환경보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요즘이다. 사람은 자연의 생태계 속에서 자연환경을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보다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최근 포항제철소는 1조원 규모의 환경개선 투자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와 함께 환경개선의 실효성을 더하기 위한 산·학·연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환경변화에 발맞춰 기업시민 포스코가 지향해야 할 역할과 방향성을 모색하고 지역 환경현안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과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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