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의 비너스’ 부분.

프랑스 왕들의 거처였던 루브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대중들에게 개방된 박물관이 되었다. 루브르가 세계 최고의 소장품을 수집한 역사의 이면에는 침략과 약탈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힘의 논리가 예술의 세계마저 지배하고 있다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방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루브르이며, 루브르를 방문하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몇몇 작품들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불후의 명작 ‘모나리자’, 고대 그리스 미술의 정수 ‘사모트라케의 니케’ 그리고 또 다른 여신이 있다. 바로 사랑과 미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이다.

기원전 100년경에 제작된 비너스는 헬레니즘 미술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비너스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다름 아닌 몸에 흐르는 유려한 곡선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각은 평면적인 회화와 달라서 공간과 입체 그리고 인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작용하는 방식을 잘 읽어야 한다. 서 있는 조각의 경우 무게가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지, 몸의 균형을 이루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하면 아주 흥미롭다. 특히나 조각은 입체 작품으로 우리와 같이 볼륨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생동감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다수의 비너스가 있지만 특히나 ‘밀로의 비너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거의 유일하게 머리 부분이 온전히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비록 두 팔은 망실됐지만 말이다. 그런데 ‘밀로의 비너스’는 왜 팔이 없이 전시되고 있을까? 프랑스의 복원 기술이라면 충분히 원형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비너스의 두 팔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팔이 없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과 방향성을 분석해 두 팔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그에 따르면 비너스는 왼팔을 들어 머리에 장신구를 꽂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혹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커다란 거울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면 비너스 옆에 기둥이 하나 서 있었고 그곳에 팔을 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제안들 중 아주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 비너스의 배 부분을 보면 자그마한 둥근 모양의 흔적이 있다. 이것이 복원을 위한 결정적 단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부분은 비너스의 오른팔이 붙어 있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비너스의 오른팔은 몸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반대편인 왼쪽 허리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왼쪽 팔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조금 더 쉬워 보인다. 왼쪽 어깨의 근육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너스는 왼쪽 팔을 어깨 높이로 들고 있었을 것 같은데 팔꿈치에서 손 부분은 앞을 향해 뻗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비너스는 왜 이러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비너스가 밀로 섬에서 발굴되었을 때 다른 파편들과 함께 출토됐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출토된 파편들 중에는 왼팔의 일부로 추정되는 조각이 있었는데 손으로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여러 다른 작품들에서 관찰되듯 비너스는 사랑 혹은 타락의 상징인 사과를 들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루브르의 복원 전문가들은 비너스가 사과를 든 왼팔을 앞으로 뻗으며 서 있었을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내려졌지만 복원 작업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왜일까?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복원된 팔은 비너스를 완성 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것이 지닌 신비한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시간 속에 소멸된 요소들을 인위적 손길을 가해 복원하는 것 보다 불완전한 상태로 놓아두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불완전은 감상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고, 그 상상력으로 인해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들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