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코로나19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우리 반 아이들과 글기지개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3월 2일에 시작해 이듬해 종업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글기지개를 써야하는데,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니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해보면 어떠냐고 했지만, 글기지개의 핵심은 대면(눈맞춤)이고 댓글(관심)이다. 대면(눈맞춤)과 댓글(관심) 없이는 1년 동안 꾸준히 쓰기 어렵다. 다행히 6월 8일부터 반 아이들이 격일제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현재 설레는 마음으로 글기지개를 하루하루 채워나가고 있다.

글기지개는 ‘아침 10분 글쓰기 활동’을 가리킨다.

매일 아침 학교에 와서 어제부터 오늘아침까지의 겪은 일이나 감정을 공책에 서너 줄로 짧게 쓰는 것이다. ‘아침에 쓰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뭐라고 부를까 궁리하다가 ‘글, 기지개’를 떠올렸다. 매일 아침 ‘글로 기지개를 켠다’라는 의미다. 글기지개를 시작한지도 벌써 9년째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쓰는 글기지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글 쓰는 습관이 잡힌다. 글기지개를 안 쓰면 뭔가 찝찝할 정도다. 무엇보다 서 너 줄 쓰는 게 별로 두렵지 않다. 어느 순간, 글쓰기를 겁내하지 않는다는 건 참말로 대단한 일이다.

대해초 5학년 1반 친구들과 글기지개를 쓴지 한 달이 넘었다. 글기지개를 한 달 동안 빠짐없이 써온 몇몇 아이들의 소감을 소개한다.

“학교에 첫 등교해서 글기지개를 썼는데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솔직히 벌써 한 달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우리가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다 글기지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은 더더욱 잘 써질 것 같다. 글을 쓰는 게 귀찮기만 했지만 이젠 맨날맨날 글기지개를 쓰니깐 익숙해져서 귀찮지가 않은 것 같다. 우리 담임 샘을 안 만났다면 글을 이렇게 쓰진 못할 것 같다.”

“벌써 글기지개가 한 달이 됐다. 나는 벌써 한 달이 됐나, 생각했다. 와우! 나는 글기지개가 너무 재미있다.”

“왠진 모르겠지만 글기지개가 무려 한 달이 지났다. 뭔가 뿌듯하다. 처음엔 손이 부러질 듯 귀찮았는데, 이젠 괜찮다. 귀찮은 것보다 이젠 재미있다. 이번년도 선생님은 우리가 귀찮게 생각하는걸 많이 없게 만들어주는 선생님 같다.”

“글기지개를 한 달 써보니 뭐 그럭저럭(?)도 있지만, 스트레스 푸는 거에 도움이 된다. 나도 저번에 동생, ‘그놈의 동생’ 때문에 글기지개에 적었는데 진짜,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

“오늘도 아침부터 글기지개를 쓴다. 글기지개 쓴지 어느덧 한 달, 좋은 점은 뭔가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학교 가는 날에는 글기지개를 아침에 쓴다. 그런데 꼭 학교 나와서(끝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아이들의 글기지개를 읽으면 행복하다. 두 달, 세 달, 일 년…. 꾸준히 글기지개를 써나갈 것이다. 모든 기적은 ‘꾸준히’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