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부모의 자녀 사랑은 인륜의 기본 철칙이다. 근간 부모의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치사 사건이 빈번하고 있다. 며칠 전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살려 달라고 버둥대니 가방 위에 올라 마구 밟고 그도 모자라 헤어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넣었단다. 또 어떤 엄마는 두 자녀를 산에 데려가 발가벗겨 두고 그냥 내려왔단다. 두 아이가 산에서 피를 흘리며 내려오는 것을 본 등산객이 신고하여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자녀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부부가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들도 제 새끼만은 끝까지 보호하는 본능이 있다. 추운 지방의 펭귄이 파도와 싸우면서 물고기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 주는 장면을 보았다. 강남 갔던 제비도 연방 잠자리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어릴 때 자주 보았다. 얼마 전 한 몰래 카메라에서는 송아지 낳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어미 소는 새끼가 뒤집어쓰고 나온 분비물을 혀로 정성껏 핥아 주었다.

부모의 자녀 학대는 부모의 왜곡된 심리적 기저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흔히 자녀를 자신의 분신(分身)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부모는 종종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식이 비록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대체로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자녀학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이나 재혼, 가족해체 등 결손가정에서 이 같은 학대가 저질러진다. 세상의 자녀는 모두가 고유한 인격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임을 망각한 결과이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스트레스나 화풀이 대상은 아닌데도 착각한 부모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는 부모의 자녀의 학대로 연결되는 구도만은 막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 민법 915조의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민법상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아동의 복리를 위해 체벌금지 조항을 첨가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아동복지법 제5조 2항에는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민법을 개정하여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살인에는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화만으로 아동 학대는 근절되지 않는다. 우리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 가정과 사회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노력도 동시에 수반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질적 빈곤 속에서도 가정 공동체의 결속만큼은 굳건히 지켜왔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 자녀 학대라는 반문명적이고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은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한다. 운전을 하려 해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인데 우리 공동체는 자격증 없는 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차제에 학대받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튼튼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여성가족부와 이 분야 시민 단체의 분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