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 통합’ 상임위원장 ‘18 대 0’… 군부 독재 시기 빼고 헌정 첫 싹쓸이
법사위 쟁탈전에 결국은 파국
김태년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
주호영 “오랜 관례·전통 깨져”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3차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통합당 의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으로 한 정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는 일이 벌어졌다. <관련기사 3면>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정무·교육·행정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선출했다. 지난 5일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의 모든 자리를 독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의석수 비율로 여야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가졌던 관례는 32년 만에 깨졌다.

과반수 원내 1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한 것은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2대 국회까지 군부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여야는 29일 오전까지 전반기 원 구성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불발됐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가 여야 합의 불발의 원인이 됐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30분가량 회동했다. 여야는 전날 회동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박 의장은 이날 회동 직후 한민수 국회의장 공보수석을 통해 “통합당은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책임지고 운영키로 했다”고 선언했다.

당초 통합당은 이날 오후 6시 상임위 명단을 제출한다고 밝혀 본회의가 7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원구성협상이 결렬되자 명단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후 2시 본회의를 강행해 상임위원장 표결에 들어갔다.

양당은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그러나 오늘 오전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왔다. 어제 많은 진전을 이뤘던 가(假)합의라 할 수 있던 안을 통합당이 거부했다. 이로써 통합당과의 협상은 결렬됐다”며 통합당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국회 상생, 협치·견제와 균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리다. 오랫동안 야당이 맡아서 그 역할 해왔다. 우리 국회를 살아있게 하는 소금 역할을 해온 것”이라며 “21대 개원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오랜 관례와 전통을 깨고 법사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 버렸다. 저희들은 후반기 2년이라도 법사위원장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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