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승 호

더운 햇살 올챙이 떼처럼 자글거리는 논바닥

바짓가랑이 추켜올린 늙은이들

모판 나르느라 정신없네

요즘엔 기계모라 간편해졌다지만

손품 발품 파는 거야 어디 갔을까

누가 쳐다보거나 기차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왜가리조차 고개 돌리지 않네

다음 역에서 내리고 싶지만 내리지 못하네

오래전 무작정 올라탄 기차는

지칠 줄 모르네

경부선 기차를 타고 가며 시인의 눈은 창밖 농촌 풍경에 가 닿아 있음을 본다. 속도가 가속되고 정지불능이라고 여길 만큼 빠른 속도로 기차는 지나가는데 풍경 속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무심하리만큼 여유롭게 제 일에 빠져 있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이 두 가지의 상반된 풍경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무얼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무섭게 달려가는 기차처럼 비정한 속도로 치닫는 현대문명이라는 기차를 멈출 수도 내릴 수도 없는 현대인들의 슬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