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TX 역세권 개발 지지부진
이인1·2지구 등 개발중단 상태
우현동 연결 도로 개설 ‘하세월’
지진 피해 흥해 복구 위해서도
역 인근 인프라부터 구축 시급
조합·시공사 문제 관망만 말고
시가 적극 나서서 방법 찾아야

7일 오후 조합과 시공사 간 기성금 정산 등의 문제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된 KTX 포항역 맞은 편 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의 모습. /이용선기자
포항지진 최대피해지역인 흥해지역을 되살리려면 KTX 광역 역세권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TX 포항역 인근 도시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를 해결하려면 예정된 교통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하는 등 포항시가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KTX 포항역 인근 도시개발구역은 포항 주택시장의 블루오션이었다.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이동, 양덕동 등이 신도시급으로 개발된 데 이어 광역교통망은 물론 교통인프라와 환경을 갖춘 흥해지역의 개발 기댓값이 높았기 때문이다. 서서히 달아오르던 개발 열기는 한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가뜩이나 아파트 과잉공급으로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15 포항지진 쇼크가 찾아왔다. 본진 후 1년이 넘도록 이어진 여진으로 흥해읍 인구가 줄어드는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가속화 되기도 했다.

다행히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공지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추가 지진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지역 이미지가 회복기를 맞았다. 최근 수천만원이 떨어졌던 흥해지역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르고, 넘쳐나던 미분양이 대부분 해소됐다.

다만, 이인1·2지구를 비롯한 성곡지구,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등 KTX 광역 역세권 개발의 불씨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이려는 도시개발조합과 시공사, 사업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도시개발사업은 좌초될 위기다.

입지상으로 KTX 광역 역세권 개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이인1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06년부터 추진돼 10여년이 흘렀지만, 현재 공정률 약 70% 상태로 공사가 중단돼 있다. 2012년 1월부터 공사가 진행됐으나 아직 토지구획정리도 마무리되지 않아 사업속도가 매우 더디다. 이 지구는 흥해읍 이인리 447번지(성곡, 학천리) 일원 94만7천868㎡ 면적에 사업비 1천470억원을 투입해 주거중심도시를 건설될 예정이다. 전체면적 중 공동주택지 20만5천420㎡, 단독주택지 30만6천632㎡ 등 주거용지가 54%를 차지한다. 계획대로라면 인구 1만5천512명을 수용하는 주거 신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D시공사가 이인지구 도시개발조합으로부터 기성금을 받지 못했다며 공사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확인결과 조합이 지구 내 학교용지 4필지(5만5천㎡)를 체비지로 지급했으나, 학교용지를 체비지로 지급할 수 없다며 포항시가 이를 반려했다. 현행법상 도시개발구역 내 학교가 들어설 용지는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조합이 관리하고, 이후 교육청이 원시취득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조합과 시공사 측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항시와 함께 국토부, 교육청 등을 방문했으나, 학교예정 부지는 현행법상 체비지 지급이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 학교용지 금액은 300억가량으로, 이를 기성금으로 받지 못하는 시공사가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현재로서는 지구 내 아파트유치가 확정되는 등 개발분위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한 공사재개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도시개발사업의 성패는 지구 내 공동주택 건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이인1지구는 지역 건설사 2곳이 땅을 매입해 아파트건설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현재 포항은 오랜 기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관리를 받는 등 주택경기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최근 들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공동주택 사업자들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인지구를 비롯한 KTX 역세권 개발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포항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구 우현동 한신공영아파트와 흥해읍 이인리를 잇는 간선도로 개통을 서두르는 등 KTX역 인근의 입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초 포항시 북구 우현동과 흥해읍 이인리를 잇는 간선도로(대3-27) 개설 공사는 올해 전체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2단계 공사의 착공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부터 추진된 이 도로는 전체 길이 2.74㎞로 3단계로 나눠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업비 74억원이 투입된 이인IC와 달전초교를 연결하는 1단계 공사(0.29㎞)는 2015년 준공됐다. 이인IC와 세화여고를 가로지르는 2단계 공사(1.75㎞)는 이제서야 일부 도로폭을 줄이는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3단계 공사는 세화여고부터 한신공영아파트까지 0.7㎞ 도로를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업비를 줄여 공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일부 구간 도로폭을 줄이는 설계가 진행 중이다. 올해 안으로 착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민 박영민(53·북구 흥해읍)씨는 “포항시는 흥해읍 특별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교통인프라 구축·개선과 KTX역세권 개발에는 열의가 없어 보인다”면서 “포항의 얼굴인 KTX역세권 인근을 살려 흥해읍은 물론 포항 전체가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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