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

시조시인
 

“정대협이 발족될 당시인 1990년 11월 16일. 당신들은 정대협 간판을 내걸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한일 간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정대협을 발족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역사에 묻혀 숨죽여 살아온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얼마나 가슴 벅찬 구호처럼 들려왔는지 지금도 그때의 일을 기억하면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겹도록 흘린 눈물은 당신들의 본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들춰지면서부터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대협을 분노에 찬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발족의 변에서 밝힌 바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대협 관계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빌미로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좀 더 거칠게 말자면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들인 것입니다”

2004년 1월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임인 세계평화무궁화회 33인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이다. 정대협의 위선과 비리가 낱낱이 적혀있는 장문의 이 성명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당시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고도 16년이나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해온 정대협은 후신인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씨가 지난 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에 걸쳐 윤 씨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서 지난 1일에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해체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있었다.

일제가 저지른 만행 중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열 서너 살 소녀들까지 전장으로 끌고 다니며 성욕해소의 도구로 삼은 짓은 천인이 공노할 악행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미국에 항복해서 전쟁이 끝났지만 그 때 끌려 다녔던 소녀들은 평생을 씻지 못할 치욕과 피맺힌 원한을 안고 그늘 속에서 살아야 했다.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과 2015년의 일본군위안부협상 타결로 한·일 정부 간에는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일단락 지었으나, 당시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논란이 계속되다가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는 원천무효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담당해온 사회단체인 정의연이나 나눔의 집 관련자들은 정작 피해 할머니들의 치욕과 통한을 공감하고 위무하기는커녕 또 다른 수모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것이 피해 할머니들의 주장이었다. 정의연의 경우, 처음의 취지와 의도가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저들 단체의 이념적 목적과 수익을 위해 할머니들을 이용하고 정계진출 등 출세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모금한 돈과 정부의 지원금을 자의로 유용하거나 착복한 혐의에 대해서는 지금 수사 중이니 그 진상이 밝혀지면 그들의 민낯이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