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TX 역세권 ‘현주소’
역 개통 6년째 개발 지지부진
주거지 중심의 초곡지구 빼면
이인지구 공사 중단 상태 등
인근 대부분 지역 진척 없어
市 사전준비 등 미흡이 원인
경북 제1도시 관문 위상 ‘초라’

KTX 포항역이 정식 개통(2015년 4월 2일)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역세권 개발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1일 오후 포항역 주변의 모습. 포항역 이외에는 건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KTX역세권 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될 위기다. 역세권 개발의 초석이 될 교통인프라 구축도 늦어지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KTX역세권 개발사업을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포항시는 오히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본지는 포항 KTX역세권 개발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KTX 포항역사 건물만 우뚝 서 있는 현실에 대해 실망할 것으로 보여 우려됩니다.”

지난 2013년 경북매일이 주최한 ‘KTX 포항시대를 열다’토론회에서 한국산업기술금융연구원 김원영 원장이 한 말이다.

김 원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KTX 포항역이 정식 개통(2015년 4월 2일)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도 역 인근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조합과 시공사 간 사업비 정산 등의 문제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고, 이인2지구는 사업예정지 내 하천정비와 관련한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업중심지구로 개발예정이었던 성곡지구도 아직 텅텅 비어 있고,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올초부터 산업·주거용지 분양에 들어갔다. 포항 KTX 광역 역세권이라고 볼 수 있는 이인1·2지구와 융합기술산업지구, 성곡지구, 초곡지구 중 그나마 제모습을 갖춘 곳은 주거지 중심으로 개발된 초곡지구밖에 없는 셈이다.

“포항 KTX 역세권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공공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의 수립과 함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개발금융의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김 원장의 제언이 뼈져리게 느껴지는 이유다. 포항지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영향을 끼쳤다고는 하지만, 포항시의 역세권 개발에 대한 사전준비와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인지구는 2006년부터 추진돼 2012년 초 착공에 들어갔으나, 현재 공정률 약 70% 상태로 공사가 중단돼 있다. 10년가량 공사가 진행됐지만 아직 토지구획정리도 마무리되지 않아 사업속도가 매우 더디다. 사업 초기에 94만7천868㎡ 면적을 학교, 주택, 공원, 상업부지 등으로 개발해 1만5천512명의 인구를 수용하겠다고 호기롭게 발표한 계획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이인2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2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조차도 세우지 못했다. 포항역과 맞닿아 있어 개발 효과가 가장 기대되는 곳이지만, 구역 내 하천공사를 두고 경북도와 갈등을 빚으면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해 일부 용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성곡지구 주민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채명철 포항KTX역세권(이인2지구) 도시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경북도가 2010년 수립한 하천정비계획인데도, 이후 민간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구역 내 하천정비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 하천정비까지 떠안게 되면 사업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포항역 인근 도시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될 위기를 맞았지만, 포항시는 뒷짐을 지고 있다. 민간사업이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인지구의 공사중단 사태는 조합과 시공사 간 사업비정산 문제이기 때문에 포항시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다”며 “지난해 갈등을 빚었던 이인2지구의 상업지역 용도변경처럼 포항시가 나서야 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한 원로는 “전국적으로 KTX 역세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X역은 그 도시의 관문으로, 지역 이미지를 한 번에 각인할 수 있는 얼굴이기 때문이다”며 “포항시도 적극적인 지원과 개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경북 제1도시의 위상을 지키고 살기 좋은 포항을 만들어 나가려면 역세권 개발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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