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20.05.27 18:48
  • 게재일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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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말 화

새벽마다 낡은 꿈을 닦아 창문에 걸었다



시간을 갉아먹는 벌레가 찌찍 소리를 냈다

아침 새와 비 온 뒤의 안개와 작은 연못과

몇 가닥 목소리가 처마 끝에서

깜부기불 심지처럼 피어났다 스러지곤 했다

아카시 꽃잎처럼 흔들리던 일이며

들길 끝까지 걸어갔던 돌아오던 일이며

열리지 않던 문 앞에서 주저앉던 일이며



목련도 흩어지고 철쭉도 시들고

시간의 시소는 소멸 쪽으로 자꾸 기우는데

잊히지 않으려고 날마나

녹슨 추억을 닦아 허공에 내걸었다

시인은 왜 하필이면 ‘낡은 꿈’을 창문에 걸고 ‘녹슨 추억’을 닦아 허공에 내 걸었을까. 흔히 낡고 녹슨 것들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생명력이 결여된 채, 더 깊은 결핍으로 내려앉는 것일 텐데 시인은 왜 지난 시간을 호명하고 있는 걸까. 지난 시간 속에는 지금의 시간이 예고된 채로 걸려 있었을 것이고, 지금의 시간이 흘러가면 또 다른 미래들이 예고되어 걸려 있을 것이므로 과거 추억의 시간은 낡고 녹슬어서 소멸로 가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예고하고 준비하고 잉태하는 시간이라는 깊은 시인의 인식이 스려 있음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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