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추상까지 시대별 대표작
아카이브 자료 정리 ‘대규모 전시’
대구문예회관 1~3전시실
내달 20일까지

박휘봉作 ‘도시인’

“설치 조각가의 작업인생(作業人生) 40년을 들여다 보다”

대구지역의 명망있는 원로작가인 설치조각가 박휘봉(80)의 회고전 ‘박휘봉 작업 40년: 1981-2020’전이 오는 6월 2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1∼3전시실에서 열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전시는 박휘봉 작가의 시대별 대표 작품과 함께 아카이브 자료를 정리해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다. 그의 40년 작품 인생이 집중 조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전시실에서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진행 중인 폐철근 추상조각 설치작업을 전시한다.

 

박휘봉作 ‘도시인’
박휘봉作 ‘도시인’

작가의 이전 작업들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면 근래의 작업은 변화하는 과정과 상황에 집중한다. 폐철근이 가지고 있는 구불구불한 선을 적당히 살리면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힘을 줘 원하는 만큼 구부리고 펴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에서는 선과 선들이 마치 꿈틀거리는 듯한 율동감과 생명감이 느껴진다.

2전시실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도시인(都市人)’ 연작이 전시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작가의 작업은 재료와 표현 면에서 큰 변화를 보였는데, 이 시기 작가는 발전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존엄성을 잃어가고 점차 황폐화 돼가는 인간상을 주제로 ‘도시인’들을 만들어 냈다. 강돌과 같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돌들을 재료로 작가가 만들어낸 도시인의 얼굴에는 회색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시에서 묵묵히 살아 나가는 평범한 인간의 애환과 휴머니즘적인 시각이 녹아 있다.

 

박휘봉作
박휘봉作

3전시실에서는 초기 구상 조각 작품인 1980년대의 ‘율(律)’ 시리즈와 1990년대 주로 작업한 ‘비상(飛翔)’ 시리즈,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작업인 ‘이미지(Image)’ 시리즈가 전시된다.

작가는 부산사범대학 재학시절과 졸업 후인 작업 초기에는 회화 작업을 했지만, 41세가 되던 해인 1981년 영남대 조소과에 편입해 조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입체 작업의 여정이 시작됐다. 1980년대 조각 작업인 ‘율(律)’시리즈는 여체(女體)를 단순하게 볼륨감을 강조한 덩어리와 선으로 형상화시켰다. 1990년대의 ‘비상(飛上)’은 고구려 벽화의 비천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는 간결한 형태가 강조된 완성미를 추구했다. 2000년대의 ‘이미지’ 연작은 그간의 인물 표현을 자연물로 연장시킨 작업으로 꽃과 나무 같은 자연물을 폐철근과 옥돌을 재료로 표현했다. 작품과 함께 인터뷰 영상, 사진, 팸플릿 등 그간 이어진 작가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박휘봉 원로작가는 1941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국립부산사범대 미술과, 영남대 조소과와 동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나왔다. 대구시미술대전, 신라미술대상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196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포항, 대구, 서울, 일본 사가 등지에서 20019년까지 16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62년부터 99년까지 기계중, 가은중, 영양중, 칠곡중, 대구여고, 경북여고 등에서 미술교사로 있었다. 87년부터 97년까지 영남전문대학 응용미술학과, 영남대 조소과에 출강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 회원,한국조각가협회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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