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스텍 교수였다가 아주대 총장으로 가신 박형주 아주대 총장 칼럼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현재까지 업적과 미래의 성공확률과를 비교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A와 B가 만원씩을 내고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동전 앞면이 나오면 A가 1점을, 뒷면이 나오면 B가 1점을 얻는다. 총 7점을 먼저 획득하면 상금을 다 가지고 가는 게임이다. 운이 좋다면 내리 7번을 이기고 주어진 상금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경쟁하면서 A가 5점을 얻었고 B가 3점을 얻었는데, 귀가할 시간이 돼서 게임을 중단하게 되면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상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 회계학의 대가인 파치올리는 현재까지 얻은 점수대로 5대3의 비율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것이 공정한 배분일까? 지금까지의 업적을 중심으로 배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러나 과학자이며 수학자인 파스칼과 페르마는 서신 교환을 통해서 확률과 기댓값의 개념에 다다랐다. 그들의 돌파구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자는, 즉 ‘현 상태에서 중단 없이 게임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였다. A가 이길 확률은 16분의 13이고 B가 이길 확률은 16분의 3이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업적 중심인 5:3 이 아니다. 이게 기댓값의 개념이다. 이 경우는 기댓값이 업적보다 더 우월한 경우이지만 이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이 에피소드의 교훈은 현재까지의 업적보다 더 중요한 건 미래의 기대치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예가 있다. 전자업계의 신화 소니는 1950년대 초반 전자제품의 기반 기술이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이전하는 변곡점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워크맨과 콤팩트디스크(CD)로 이어지는 혁신을 주도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음향가전 시장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소니의 성공신화는 디지털 혁명의 풍랑을 만나면서 좌초했다. 하드웨어의 시장 지배력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결합시키려는 전략 방향은 타당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시대의 주연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조연으로 전락했다.

소니의 실패는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성공에 의존하여 미래의 성공확률에 눈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한 준비와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수시모집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포스텍은 정시모집을 늘리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시모집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의 수시모집은 정시모집이나 과거의 대학입시와는 달리 지금까지 보다는 미래의 잠재력을 보는 모집방법이다. 수시모집의 미래 가능성을 보는 창의력 중심의 선발 방식은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다.

아마도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로 서로를 공격하고 헐뜯는 과거 지향적 보다는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는 일에 정치인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는 일은 교육, 경제, 산업, 정치 어디에서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