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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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5.18 18:42
  • 게재일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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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림

오래된 편지를 받았다

지난 추석의 달빛이 배어 있는

강아지풀이 흔들렸다

밤새도록 어머니가 빚은

하얀 송편 달무리 졌다

미루나무 서 있는 강둑 따라

아직 막내 작은아버지는 오시지 않고

중편 쩌내는 김이

부엌 들창문으로 몇 번인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추석엔 사과를 참 많이 먹었는데

마루 한구석엔 사과 궤짝 하나 안 보이고

달은 금세 떠오르지 않았다

올 추석엔 몇몇의 식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환하게 비치는 추석 보름달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음을 본다. 뭔가 작년 같지도 예전 같지도 않은 썰렁하고 황량한 추석을 맞으며 쓸쓸한 마음을 펴 보이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과일농사도 피폐해지고, 풍요롭지 못한 고향을 찾는 이들도 없고 덤성덤성한 안부를 품고 돌아오는 이들도 적은데, 쏜살같이 다시 가을은 오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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