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등교 후 학평·중간·모평·기말시험까지
연달아 치러야 돼 압박감 커져 ‘불안감 호소’
중간고사는 지필고사로 치러질 가능성 유력해
전문가들 “집중도 저하돼도 본인 마음가짐 중요”

“지난 주말에 교복도 미리 꺼내놨는데…. 학교에 가면 실전처럼 수능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더니 또 연기됐어요.”

고3 수험생 최모(19·포항시 남구) 군은 지난 11일 등교 개학이 일주일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졌다.

이날 교육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판단해, 13일로 예정했던 고3 등교일을 오는 20일로 미뤘다. 다른 학년들의 일정도 덩달아 일주일씩 늦춰졌다. 등교 수업 시작일을 이틀 앞두고 갑작스런 정부 조치에 수험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군은 “수능 시험일이 2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반복되는 등교 연기에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등교하게 되면 학교생활에 적응할 새도 없이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등 시험을 연달아 치러야 한다. 학사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수생들보다 뒤처지진 않을지, 이번 수능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다시 늘면서 등교 개학일이 연기되고 학사 일정이 변경되자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정도면 ‘역대 최악의 고3 수험생’이란 말까지 나온다.

교육부는 애초 13일로 예정했던 고3 수험생 등교수업 시작일을 20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용인 66번 확진자와 그와 접촉한 확진자의 수가 빠르게 늘면서 학생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여겨 내린 결정이다.

불가피한 조처지만, 올해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의 시계는 더욱 꼬이게 됐다. 우선 등교수업 시작일 직후인 14일에 예정됐던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일도 오는 21일로 연기됐다.

이렇게 되면 고3 수험생은 등교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학평에 이어 중간고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7월엔 기말고사까지 있다. 비교적 학평의 중요성이 덜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문제는 고3 수험생 입장에선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학습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간·기말고사는 내신에 반영되기 때문에 등한시하기도 어렵다.

올해 고3 수험생 수는 44만5천479명으로, 대학·전문대학의 수시모집 인원을 모두 합한 44만6천860명보다 적다. 수시는 재수생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올해까지는 정시보다 선발인원도 많기 때문에 수시모집을 노리는 수험생들이 많을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들에겐 등교 개학 연기에 따른 비교과 활동이나 중간·기말고사 내신 점수 등 수시 지원을 위한 준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등교 후 약 10일 남짓 공부한 뒤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 입시 전문가들도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학업에 만전을 기하는 게 최선이라 답할 정도다.

중간고사는 지필고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교육과정에 따라 수행평가와 같은 방식을 혼합하거나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올해 학사 일정으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평가기관 유웨이는 “지금 고3 수험생은 학습 긴장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등교수업을 다시 연기한 피로감까지 겹쳐 집중도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수험생 본인의 의지와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송원학원 관계자는 “등교수업을 재연기하면서 고3 수험생에게는 지금까지와 다른 강도의 압박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오는 6월 모평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더라도 개학 연기 등 불가피한 변수를 고려해 남은 기간 집중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학업에 임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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