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 체내 지방 분포 조절하는 ‘인슐린 저항성’ 기제 확인

체내 지방이 건강에 해로운 정도는 어느 부위에 축적되느냐에 달렸다. 사람에 따라 지방이 쌓이는 부위가 다른데 나이를 먹을수록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한다. 특히 중년 이후 급격히 불어난 뱃살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 엉덩이나 허벅지 등에 생기는 피하지방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

나잇살의 주범은 장기 사이사이 쌓인 내장지방이다. 가장 해로운 게 복부에 쌓이는 내장지방이다. 보기에 뚱뚱하지 않아도 체지방량이 높은 마른 비만일 수도 있다. 마른 비만인 사람들은 보통 사람보다 각종 대사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다.

내장지방이 축적되면 혈압과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줘 염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 물질이 많이 나온다. 염증 반응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특정 유형의 암 등의 발병률을 높인다.

이처럼 지방의 체내 분포를 결정하는 데 인슐린 민감성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당뇨병 연구소(DZD)와 뮌헨 헬름홀츠 연구소와 튀빙겐 대학병원 등이 공동 작업한 결과다. 관련 논문은 지난 2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의 인슐린 반응에 따라 지방이 어느 부위에 축적될지 달라진다. 뇌의 인슐린 반응성이 높은 사람은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량을 늘리면 체중이 많이 줄면서 내장지방도 감소해 체중 감량 효과가 오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다이어트와 운동의 체중 감량 효과가 클 뿐 아니라 내장보다 다른 부위에 지방이 더 많이 축적되는 성향을 보였다.

반대로 뇌의 인슐린 반응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은 초기에만 체중이 조금 줄다가 원상태로 되돌아가고, 장기적으론 내장지방이 다시 늘었다.

연구팀은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규명하기 위해 지원자 15명을 9년간 추적 관찰했다.

본격적인 관찰에 앞서 피험자 개개인의 인슐린 민감성을 자기 뇌파검사(MEG)로 측정한 뒤 24개월간 생활방식 변화 프로그램을 따르게 했다. 이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다이어트식을 섭취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관찰 결과를 분석했더니 인슐린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내장 지방이 덜 생기고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었으며, 다이어트와 운동을 중단한 뒤에도 초기에만 조금 체중이 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사람은 프로그램 초기 9개월 동안 체중이 조금 줄다가 이후엔 다시 체중과 내장지방이 함께 늘어났다.

연구팀은 “뇌의 인슐린 민감성이 체내 지방 분포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의 핵심이라는 게 확인됐다”면서 내장지방과 관련이 있는 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의 치료법 개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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