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학

점심 무렵

쇠줄을 끌고 나온 개가 곁눈질로 걸어간다

얼마나 단내나게 뛰어왔는지

힘이 빠지고 풀이 죽은 개

더러운 꼬랑지로 똥짜바리를 가린 개

벌건 눈으로 도로 쪽을 곁눈질로 걸어간다

도로 쪽에는 골목길이 나오지 않는다

쇠줄은 사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가듯 개가 걸어간다

늘어진 젖무덤 불어터진 젖꼭지

쇠줄을 끌고 걸어가는 어미 개

도로 쪽에 붙어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다

하염없이 꽃가루가 날린다

시인은 쇠사슬에 묶인 채 한정된 영역에 갇혀 있던 개가 주인의 굴레를 탈출해 도망가는 풍경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철저하게 복속된 존재인데 인간 또한 저항과 소통 없이 어떤 규례나 법, 규범과 규칙에 복속된 것이다. 시인은 그런 부조화와 불균형으로부터의 탈출과 극복, 해소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