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빌게이츠가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 화제다. ‘빌 게이츠의 아름다운 성찰’이란 제목으로 널리 전파된 이 글에서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그는 코로나19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 바이러스는 문화나 종교, 직업, 재정상태 혹은 얼마나 유명한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세워놓은 가짜 국경선이 별 의미가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치고 있다.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병에 걸리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인생이 짧다는 것과 우리가 해야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서로 도우며, 노인이나 병자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 위주로 변했는 지, 가족과 가정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무시해왔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는 모든 난관이 지나간 뒤에는 평온이 잇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이번 일도 거대한 주기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도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글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너무도 크다.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선거만 해도 그렇다.

이런 선거는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다. 모든 이슈나 화제가 사라지고, 정책논쟁도 사라진 ‘코로나 블랙홀’ 선거다. 국민들을 대변한 선량을 뽑는 선거에서 선거가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한 채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유권자도, 후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말았다. 비전과 정책이 실종된 탓에 유권자도, 후보자도 서로 할 말이 없어보인다. 유권자를 향한 치열한 공약대결도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가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 지 누가 무슨 정책을 펼지 판단할 근거를 찾기 어려운 선거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규모와 지급 방식에서도 여야가 정치적 계산만 앞세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권은 누구한테 지원금을 줄지 기준조차 정하지 않은채 총선을 앞두고 ‘지급방침’만 우선 발표했다. 이에 맞서 통합당은 총선용 현금살포는 안된다고 비판하면서 더 많은 재원을 동원해 240조원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선거열풍은 느끼기 힘들다.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을 판단할 기회가 주어지기나 할까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를 뽑아야 할 사람은 바로 유권자인 우리 자신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일수록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변화의 촛불을 높이 들고 나설 후보를 뽑아야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로 빼앗긴 봄에 새로운 봄의 온기를 되살려야 할 때다.